[기고]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가 최선의 재범 예방책

입력 2024-05-20 17:26   수정 2024-05-21 00:35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2022년 국가정신현황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은 인원은 259만2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1%다. 반면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2022년도 전체 범죄자 134만여 명 중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9929명으로 0.74%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

그렇다면 왜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것일까? 정신질환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래서 치료가 필요한 ‘동기’에 의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다. 또 특정 위험군이 범죄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2022년도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일반 범죄자의 전과 비율은 44.8%지만, 정신질환 범죄자의 전과 비율은 67.1%로 더 높다. 이는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가 재범 방지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신질환 범죄자는 형사 사법절차 안팎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정신질환이 심각하면 치료감호 판결을 받아 국립법무병원에서 최대 15년간 입원 치료받을 수 있다. 치료감호 대상이 아닌 경우 실형을 선고받으면 교도소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 보호관찰과 치료 명령을 통해 지역사회 병원에서 치료받게 된다.

국립법무병원, 교도소 등 시설 내 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정신 의료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나 민간 병원과의 급여 격차와 개원의 증가로 의료진 채용이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형사사법 체계뿐만 아니라 국가 보건 의료체계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는 공공보건의료 영역에 해당하므로 국공립병원,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교도소나 국립법무병원의 치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형사사법 절차 종료 후에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외래 치료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입원 치료를 받던 정신질환자 중 위험 행동을 한 사람에게 자치단체장이 1년간 외래 치료를 지원하고, 필요시 입원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형사사법 절차 종료 후 치료를 중단해 재범에 이르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외래 치료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형사사법기관과 보건의료기관이 협력해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 방안을 마련한다면 재범 위험성을 낮추고 사회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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