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는 언제나 인사의 중요한 화두다. 평가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성과를 내도록 구성원을 돕고, 그 평가 결과로 우수한 직원을 가려내려 한다. 그런데 직원 입장에서는 성과평가가 달갑지만은 않다. 글로벌 설문조사 기관인 갤럽의 연구에 따르면 평가과정이 고통스럽다고 응답한 사람은 90%에 달한다. 평가방식이 성과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응답률이 6%라는 사실은 놀랍다. 디지털 중심으로 조직이 변하는 요즘, 경영환경에 맞는 성과평가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평가 주기를 고민해야 한다. 연 단위 평가 방식과 상시 리뷰 사이에서 어디에 포지셔닝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요즘 업무 환경을 보면 좀처럼 년 단위 주기를 따르지 않는다. 한 해가 아니라 한 분기, 더 짧게는 한 달 안에도 업무 목표가 달라진다. 1년 주기 평가 방식은 업무환경 변화에 발 빠른 대응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평가주기와 관련한 핵심은 단순히 평가를 언제, 그리고 얼마나 자주 할 것인가에 있지 않다.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직원들의 평소 업무와 성과관리가 따로 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은 일대로 하고 성과관리는 이와 관련 없이 따로 해야 한다면 시간과 노력이 이중으로 든다. 성과평가는 내 일과 상관없는 귀찮은 업무로 전락한다.
관건은 업무 과정 속에 성과 리뷰가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실제로 하는 일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것, 내가 수행한 업무 과정과 성취한 결과를 기준으로 리뷰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목적성을 충실히 뒷받침하는 평가주기 결정이 포인트다.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성과평가 주기를 년 단위로 할지, 반기·분기, 또는 일이 끝나는 그때그때 리뷰하는 상시 평가 방식으로 할지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두 번째는 누가 평가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관리자 중심 성과평가에서 구성원이 토로하는 불만을 살펴보자. “일도 잘 안 하면서 윗사람 입맛에 맞추고 눈에 자주 띄면 좋은 평가 결과를 받습니다”, “팀장님이 보기에 눈에 잘 띄는 사람과 실무에서 봤을 때 일 잘하는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는데, 평가 결과는 팀장님이 보는 대로만 나옵니다”
불만의 핵심은 평가자가 업무성과를 적절히 판단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느냐다. 관리자 중심 평가에서는 평가자가 모든 직원 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다고 가정한다. 실제 조직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물론 구성원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잘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게 리더 역할이다. 하지만 업무 과정의 모든 사항을 세세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직에서 구성원이 하는 업무 활동의 90%는 지켜보는 관찰자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자가 이러한 일상을 모두 지켜보는 관찰자는 아니다. 업무가 일어나는 상황을 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주체는 함께 일하는 동료다. 안타깝게도 전통적 성과평가에서는 업무 과정을 직접 목격한 동료들이 성과를 인정해 줄 권한이 없었다. 결국 평가자를 결정하는 문제는 업무성과를 누가 직접 관찰하고, 적절한 성과 리뷰를 줄 수 있는가에 달렸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얼마만큼 서로에게 적절하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지, 일의 특성을 살펴보고, 그 성숙도를 가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 고려할 사항은 평가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산출할 것인가다. 전통적 성과평가에서 가장 많이 비판받는 요소가 상대 서열화 부작용이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줄세우기 평가는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팀원이 일을 잘했는데, 정해 놓은 비율 때문에 누군가는 C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등이 자주 들리는 불만이다.
불만의 핵심은 무엇일까? 평가등급을 상대화할 것인가, 절대화할 것인가는 기술적 의사결정 사항이다. 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평가등급을 왜 만들고 무엇에 쓰려고 하는냐다. 조직에서 성과평가를 하는 이유, 그리고 평가등급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짚어보자. 누가 일을 잘했고,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가려내는 게 목적이라면 상대 서열화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미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쳐 조직에 들어온 인재들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생각해보면 상대평가 방식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수한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이 보통 이상의 성과를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전부터 해온 방식이라는 이유로 구성원을 줄 세우는 방식은 성장과 성과향상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없다. 성과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줄 세우기가 아니라, 직원 성장과 성과향상을 도와주는 데 있다는 자각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평가등급 없이도 성과평가를 운영하는 기업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접하면 어떤 인사담당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평가등급이 없으면 누구를 승진시키고, 누구에게 보상을 많이 줘야 하냐고 지적한다. 성과평가는 누구를 승진시키고, 누구에게 보상을 더 많이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도구 그 자체가 아니다. 평가 결과로 합리적인 승진, 보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뿐이다. 성과평가는 본연의 목적이 있다. 목적이 명확해질 때 조직에 맞는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이 적합한지의 조각을 맞출 수 있다.
이러한 성과평가는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다. 그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적 성과평가에서도 상시 업무 피드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코칭·피드백은 드물었다. 사람들이 성과관리 행동에서 멀어진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관리자와 구성원은 성과관리가 실제 업무와 동떨어진 부가 업무로 인식될 때 이를 멀리한다. 성과관리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거나 불편함을 느낄 경우, 형식적인 활동만 하게 된다. 단순히 평가 템플릿을 제공하고 평가자 교육을 한다고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
상시 업무 피드백을 기대하려면 그에 걸맞은 손쉬운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철저하게 사용자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업무 코칭은 조직이나 업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각 상황마다 가장 효과적인 코칭·피드백 방법을 정의하고, 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때 자발적 성과관리 행동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히 코칭·피드백 정보의 전체 목록을 제공하는 것은 구성원 입장에서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상황에 알맞은 예제를 선별 제공해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 코칭을 할 때마다 매뉴얼을 뒤적이며, 어떤 내용이 효과적인지 고민하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구글은 리워크(re:Work)를 통해 매니저 성과 코칭을 돕는다. 리워크는 혁신적 조직운영 방식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고 생산성 있게 일할 수 있는 내용이 정리돼 있다. 총 7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그중 ‘목표 설정’, ‘학습·육성’, ‘리더십’ 섹션에서 성과 코칭 관련 정보와 팁, 적용 도구, 사례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목표 설정 섹션에 들어가면 ‘OKR 목표 설정’ 가이드가 10단계 프로세스로 제시된다. OKR 스프레드시트와 스코어카드 등을 다운로드해서 활용할 수 있다. 그 외 효과적인 팀 관리, 피드백과 역량개발 기회 제공 방법, 우수 인재 칭찬하는 방법 등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지속적 코칭·피드백 못지않게, 공정한 결과 산출은 성과평가 성공에 중요한 포인트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한 해 동안 주고받은 피드백을 살펴보고, 여기에 근거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문제는 수많은 피드백 사항을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텍스트 마이닝, 워드 클라우드 등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주 언급한 코멘트 중심으로 피드백을 요약하고 시각화하면, 성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은 이들이 성과평가에 불만을 가져왔다. 경영진, HR, 관리자, 구성원 모두. 그럼에도 등급화, 서열화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버리기 주저한다. 하지만, 통제와 순위 매기기가 없어도 사람들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최근의 기업들의 변화는 일의 미래와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맞는 성과평가의 올바른 길을 보여준다. 조직에 유용한 평가 방식은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합격 점수를 받지 못한 방식은 과감히 버릴 때가 됐다. 우리 조직 성과평가 시스템에 점수를 매겨보자.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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