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인천·제주 APEC 유치戰…내달 판가름

입력 2024-05-20 18:34   수정 2024-05-21 00:49

정부가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최종 후보 도시인 경북 경주시와 인천시, 제주특별자치도(가나다순)를 대상으로 20일부터 현장실사에 들어갔다. 최종 개최지는 다음달 결정된다. APEC 정상회의가 국내에서 열리는 건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이다. 21개국 회원국 정상 방문 등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만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돼 후보 도시들이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00일 동안 국제회의 열리는 매머드 행사
20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 실사단은 이날 경주를 방문해 비공개 현장실사를 했다. 위원회는 경주시가 주 회의장으로 제시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및 5성급 호텔이 밀집한 보문관광단지 등을 둘러봤다. 21일엔 제주, 22일엔 인천에서 현장실사를 한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 7일 세 도시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정부 관료 및 민간위원 등 17명으로 구성됐다.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정상 21명이 참가하는 경제협력체다. 매년 11월께 개최국(의장국) 도시에서 1주일간 정상회의가 열린다. 21개국 정상뿐 아니라 고위 공무원 및 기업인, 언론인 등 6000여 명이 방문한다. 정상회의 개최 직전까지는 고위관리회의(SOM) 및 기업인 회의 등 200회 이상 회의가 잡힌다. 회의가 열리는 날짜만 100일 이상이다.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은 201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확정됐다. 개최 도시는 개최국이 지정할 수 있다. 국내에선 2005년 부산에서 처음 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 부산시가 발행한 ‘2005 APEC백서’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는 2582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518명으로 집계됐다. 2005년 부산의 주요 관광명소를 찾은 방문객은 184만 명으로, 전년(98만 명)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조원+α’ 경제효과 기대
2025 APEC 정상회의는 20년 전 부산이 거둔 경제적 파급효과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세 개 도시가 자체 추산한 조사에 따르면 2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전망이다. 관광객 증가 및 도시 이미지 상승에 따른 무형의 이익까지 포함하면 실제 파급효과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주·인천·제주는 수년 전부터 자체 준비단을 꾸려 치열한 유치전을 벌여왔다.

각 도시는 위원회의 현장실사를 앞두고 예상 동선 등을 논의하고,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위원회는 선정 기준으로 △유치 목적과 기본계획 우수성 △국제회의에 부합하는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지역 발전 기여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경주는 천년의 문화유산을 앞세워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한 편리한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도전했다가 부산에 밀린 제주는 수려한 자연환경과 편리한 인프라가 장점이다. 위원회는 “네 가지 선정 기준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다음달 말 유치도시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경주=오경묵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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