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주영준 전 산업정책실장(사진)은 ‘예외적 인물’로 꼽힌다. 업무처리 능력 등을 인정받아 두 자리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한화그룹의 미래사업을 그리는 한화퓨처프루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위산업, 에너지, 해운, 조선 등 한화그룹 주력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릴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미국 등 해외 진출 계획을 설계하고 전략을 짜는 업무를 맡게 됐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 전 실장은 이달부터 한화퓨처프루프 사업전략담당 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한화그룹이 1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을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 신임 사장은 미국 뉴욕주에 본사가 있는 한화퓨처프루프의 투자와 사업 운영 전략을 담당한다. 한화퓨처프루프가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 사장은 행정고시 37회로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과 에너지신산업정책단 단장, 주중대사관 참사관, 에너지자원실장, 산업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원회에 산업부 대표로 파견되기도 했다. 그렇게 쌓은 다양한 경험과 넓은 시야, 전략 수립 능력 등을 사기 위해 한화는 작년 말 퇴임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퓨처프루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한화의 미래를 그리겠다며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작년 3월 25억원씩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같은 해 5월 각각 6557억원과 1조3114억원을 추가 출자해 몸집을 키웠다.
한화그룹의 ‘투자 컨트롤타워’인 한화퓨처프루프가 들여다보는 분야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선박, 해운, 액화천연가스(LNG) 등이다. 한화는 최근 미국 시장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를 구축했다. 연간 8.4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해 북미 최대 사업자가 됐다. 한화오션 역시 현지 조선소 인수를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 방산 분야 생산 거점과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4200억원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했다. 우주산업 분야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한화퓨처프루프에 출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정부가 발주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의 발사체 총괄 제작사로 선정되면서 ‘한국판 스페이스X’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퓨처프루프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기업 M&A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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