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합산 현금배당액은 4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배당은 2014년만 해도 15조5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40조원대에 올라섰고 최근 2~3년간 41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배당성향은 10년 전 26.4%에서 지난해 39.9%로 상승했다. 10년 전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뒤졌지만 지난해 이들 국가를 앞섰다. 최근 10년간 각국 배당성향을 보면 미국은 36.4%에서 37.1%로, 일본은 29.4%에서 36.1%로 높아졌고 중국은 32.4%에서 30.5%로 낮아졌다.
국내 기업의 배당 확대는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는 연평균 8조4892억원을 현금배당해 배당금 총액 1위를 확고히 유지했다. 2010년대 고배당 기업으로 이름 높았던 SK이노베이션, 한국전력, 에쓰오일 등이 상위권에서 이탈했지만 현대자동차, 기아, KB금융, 신한지주 등이 배당금 총액을 더 키우며 자리를 채웠다. 배당액 상위 20개사의 현금배당액은 2014년 9조7469억원에서 지난해 26조7831억원으로 늘었다.
중간배당을 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2014년 26개이던 유가증권시장 중간배당 기업은 작년 72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4315억원이던 중간배당 규모는 13조7104억원으로 커졌다. 기업 수와 규모 모두 역대 최대였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1분기 국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의 분기 배당 규모는 4조7021억원, 기업은 21개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다 보니 기업 현금이 배당으로 흐른 측면이 있다”며 “역대 정부가 금융권 등에 지속해서 주주환원 확대를 촉구해온 영향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 주도에 힘입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39.9%로 상승했다. 2020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0년에는 배당성향이 63.4%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순이익이 예상보다 감소해 일시적으로 배당성향이 급등했다. 배당 기업은 10년 전 483개에서 지난해 558개로 늘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약 70%에 달한다.
배당 지표들만 보면 주요 선진국 증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MSCI 국가별 지수 기준 주요국 배당성향은 지난해 미국 37.1%, 일본 36.2%, 중국 30.5%로 나타났다. 미국은 2010년대 이후 대부분 40~50%를 유지했지만 최근 3년간 30%대로 내려왔다. 일본은 2014년 29.4%에서 우상향을 그리다가 2022년부터 36%대에 멈춰 섰다. 중국은 같은 기간 32.4%에서 1.9%포인트 줄었다. 한국은 동일 MSCI 기준(40.4%)으로 이들보다 높고 독일(61.7%), 대만(57.6%)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소수 종목의 배당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당액 상위 20개사가 전체 현금배당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2014년 62%였다. 약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65%로 되레 늘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으로 이들 대기업의 비중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세부 지표도 갈 길이 멀다. 중간배당 규모(13조7104억원)와 중간배당사 수(72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전체 배당사 중 12.9%에 불과하다. 일본 닛케이225 중간배당 비율(88%)과는 차이가 크다. 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은 1.71%에서 2.97%로 올랐지만, 1년 만기 국채 수익률(3.43%)에도 못 미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밸류업 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과 함께 경영진이 투자자와 낮은 주가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증시 전반에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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