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파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파견 대상 업무 규제 자체가 없고, 독일과 일본은 극히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무에 근로자 파견이 허용되고 있다.
한국에선 정부가 정한 32개 업무 외에 파견 근로자를 쓰는 건 불법이다. 32개 업무는 경비, 청소, 주차관리, 컴퓨터 전문가, 번역가 및 통역가, 공연예술가 등이다.
경총은 파견 대상 업무가 2000년 발표된 직업분류기준을 기반으로 정해져 최근 직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의료 서비스 상담 종사원(병원 코디네이터)은 현행 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고객 상담 및 기타 사무원’의 하나로 파견 대상 업무가 될 수 있으나 2000년 기준 표준직업분류의 ‘고객 관련 사무 종사자’ 하위 범주에 포함되는지 알 수 없어 파견 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낡은 규제가 직업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총은 사내 하도급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파견법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용자의 지시를 파견법상 지휘·명령으로 확대 해석해 사내 하도급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청이 하청(외주업체)을 쓰는 하도급은 합법인데 이를 법원이 파견으로 해석해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위아, 금호타이어, 남해화학 등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대법원 판결 기준)에서 최근 9건이 불법파견으로 결론 나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도입한 기업이 범법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아쉬워했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현행 파견제도를 개선해 기업과 근로자가 새로운 일자리 수요와 경기 변동에 대응하고,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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