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 31㎡ 소유자가 전용 84㎡를 받으려면 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추정치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다. 작년 말 GS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고 소유자가 ‘급급매’로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집값이 최고가(8억원)의 반값 수준(4억4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집값이 4억원대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붙었다. 올해 들어 이 단지 거래량은 총 1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6건)의 두 배를 웃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용적률 인센티브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과 ‘강북권 대개조-강북 전성시대’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도 개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전면 중단됐던 재건축 사업도 정상 궤도를 찾는 중이다. 상계주공5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지난달 26일 노원구청에 사업 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면 분담금이 더 증가할 것이란 조합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여전히 최고가 대비 30~40%가량 낮은 수준이라 투자에 매력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이 일대가 천지개벽하는 만큼 사업성이 낮더라도 이를 극복할 것이란 의견이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은 “공사비 인상 이슈는 노원구뿐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문제”라며 “노원 일대 재건축이 사업 진행만 빠르게 이뤄진다면 환골탈태 수준으로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인상 등의 요인으로 사업이 지체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5억원에 매수해도 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면 인근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원구에서 준공 10년 내 아파트 전용 84㎡ 가격대는 9억~11억원대다. 2020년 준공한 포레나노원(상계주공 8단지)의 전용 84㎡ 시세가 11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3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0.03%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내는 지역은 노원구와 도봉구(-0.03%), 강북구(-0.01%) 등 세 곳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담금 1억원도 내기 어려운 가구가 대부분”이라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선 대출 이자를 못 버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급매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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