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나가던 신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톰브라운 매장을 두고 백화점이 이 같은 고민에 빠진 데에는 올해 들어 매출이 빠르게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패션 유행주기가 빨라지면서 수요는 다소 정체됐는데 시장 내 수입물량이 많아지면서 정식 매장 판매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톰브라운 인기제품 ‘4바 밀라노 스티치 가디건 미디움 그레이’는 최근 86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200만원 가까운 금액에 팔리던 제품이다. 지난해 4월에도 155만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매장 가격(200만원)과 비교하면 110만원 이상 싸다.
이 옷의 리셀가가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병행수입업자들이 매입가 이하로 재고를 처분하고 있어서다. 몇 년새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신명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수입업자들이 앞다퉈 물건을 들여왔지만 최근 수요가 쪼그라들면서 업자들이 물량을 한꺼번에 내던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1세대 신명품들의 유행이 다소 지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최근 패션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새 신명품 제품을 발굴하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이 많아져 대규모로 유행을 따르는 분위기가 사그러들었다.
이미지 소비가 잦아진 측면도 있다. ‘플렉스(Flex)’ 문화가 10대 사이에서 퍼지면서 톰브라운은 10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을 탔다. 이 과정에서 소위 ‘일진(무리를 지어다니며 사회적·신체적인 위력을 과시하는 비행 청소년들을 칭하는 말) 패션’이라는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브랜드 명성을 일부 훼손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진 패션은 무리 지어 다니는 청소년들 혹은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들이 비슷한 복장을 마치 교복처럼 자주 입어서 붙은 별명이다, 이들이 주로 많이 구매한 브랜드가 ‘스톤아일랜드’, ‘구찌’, ‘메종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발렌시아가’ 등인데 비슷한 가치 훼손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한 명품 수입업자는 “명품 제품들을 수입한지 10년째지만 톰브라운이 이런 분위기를 보이기는 처음”이라면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가가 올라 안 그래도 마진이 적은데 리셀가가 계속 떨어지니 앞으로 재고 처분을 못할까봐 본전도 못건지고 마구 파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고 리셀가가 폭락하면서 백화점 등 정식 매장 판매도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정식 매장의 경우 가격대가 높지만 가품 논란에서 안전해 소비자들이 병행수입 시장과는 별개의 시장으로 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워낙 리셀가가 떨어진 터라 공식 수입매장 수요까지 축소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톰브라운의 주 소비층인 30~40대 구매자들은 리셀가를 꼼꼼히 따져 구입을 해도 가치가 깎이지 않는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데, 시장 가격이 떨어지니 더욱 구매를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경기 침체에 신명품 유행주기가 빨라져 수요 면에서 타격을 입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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