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1번 시드로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4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젠지 e스포츠가 지난 19일 결승전에서 중국리그 LPL 1번 시드인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세트 스코어 3 대 1로 꺾으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젠지는 인수 창단 이래 처음으로 LoL 국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로써 LCK는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에 MSI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T1 외의 LCK 팀이 MSI를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젠지는 지난 2017년 삼성 갤럭시를 인수해 새롭게 창단한 이후 첫 국제 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젠지는 지난 2024 LCK 스프링에 이어 MSI까지 우승하면서 ‘골든 로드’에 도전하게 됐다. 골든 로드란 해당 연도에 열리는 라이엇게임즈 주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말한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가 출범한 이래 아직까지 어떤 팀도 달성하지 못한 업적이다. 젠지는 현재 국내 리그 봄 대회와 MSI를 제패한 만큼 국내 리그 서머 스플릿과 연말에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우승할 경우 전무후무한 ‘골든 로드’를 달성하게 된다. 이번 MSI에서 본선 격인 브래킷 스테이지에서 ‘전승 우승’을 달성한 만큼 젠지가 역대 최고의 팀으로 기록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젠지는 BLG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3 대 1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 1세트는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가 정글 카서스를 깜짝 카드로 들고나왔다. 젠지는 1세트 경기 중반까지 BLG에게 골드 리드를 내주면서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30분 이후에 벌어진 교전에서 집중력을 살리며 연이어 상대를 잡아내면서 역전승을 거뒀다.
2세트에서는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가 블리츠크랭크를 선택해 BLG의 허를 찔렀다. 손시우는 원거리 딜러 '페이즈' 김수환의 칼리스타에게 킬을 먹이며 지속적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김수환의 칼리스타는 2세트에만 무려 28킬을 쓸어 담았고 경기 마지막에는 펜타 킬(홀로 상대팀 5명의 선수를 모두 잡아내는 것)을 달성했다. 이날 김수환이 기록한 28킬은 롤 e스포츠 국제 대회 역사상 단일 세트 최다 킬 기록이다.
3세트에는 BLG의 반격이 나왔다. 미드 제이스 등 밴픽에서 변화를 가져온 BLG는 미드 라이너 ‘나이트’ 줘딩과 탑 라이너 ’빈’ 천쩌빈이 맹활약하며 젠지를 몰아붙였다. 젠지도 날카롭게 상대의 빈틈을 공략했지만 성장 격차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BLG가 3세트를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3세트를 내준 젠지는 4세트에는 더 촘촘한 운영을 선보이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 중반 주요 오브젝트인 내셔 남작(바론)을 스틸 당한 이후 대규모 교전에서도 패하며 경기가 종료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부활한 김수환 등이 넥서스를 방어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기인' 김기인의 럼블과 '쵸비' 정지훈의 아지르가 상대의 백도어를 철저히 막아내는 꼼꼼함을 보였다. 결국 침착하게 상대를 몰아붙인 젠지는 장로 용 사냥에 성공했고 이어진 교전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세트 스코어 3 대 1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젠지는 이번 우승으로 2024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다. 라이엇은 이번 MSI부터 우승 팀에게 롤드컵 직행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젠지가 해당 특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리그 여름 대회에서 최소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한다. 이로써 LCK는 젠지를 포함해 총 4개 팀이 롤드컵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준우승을 차지한 BLG가 속한 LPL 역시 시드권을 1장 추가로 얻어 총 4개 팀이 롤드컵에 나선다.
젠지의 주전 선수들 5명 모두 처음으로 MSI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는 2020년 롤드컵 우승 이후 4년 만에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건부는 LCK, MSI, 롤드컵을 모두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영광을 안게 됐다. '기인' 김기인, '쵸비' 정지훈, '페이즈' 김수환, '리헨즈' 손시우는 모두 첫 국제 대회 우승을 기록했다. BLG와의 결승전 파이널 MVP에는 블리츠 크랭크 등으로 맹활약한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가 꼽혔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