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0일 15: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 11번가 매각의 주도권을 쥐게 된 국민연금이 매각 구조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인수하겠다고 달려들 공격적인 투자자가 많지 않다 보니 현금 지급을 최소화하는 안을 짤지, 현금에 기반해 공개매각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매각 구조는 이달 중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매각 주관을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가 이번 달로 예정됐던 투자설명서(IM) 배포 일정을 내달로 미뤘다. 지난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국내 유통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티저레터를 발송한 지 세 달이 지난 상태다.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하기에 앞서 몇몇 인수후보군을 상대로 물밑에서 매각 의지를 드러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매각은 FI가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워터폴 방식이다. 최대주주(지분율 80.26%)인 SK스퀘어가 아닌 18.18%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가 매각을 주도한다. FI는 PEF 운용사인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다. 11번가는 SK스퀘어가 지난해 11월 FI 지분을 사갈 수 있는 권리(콜옵션) 행사를 최종 포기하면서 FI 주도로 재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매각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진 건 구체적인 매각 구조가 확정되지 않아서다. FI들과 매각 주관사들은 앵커 LP(출자자)로 매각 주도권을 가진 국민연금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공개매각을 통한 현금 거래와 지분 교환 구조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달 중 결정을 마칠 것으로 전해진다.
선호하는 방식은 공개매각을 통한 현금 거래일 것으로 보인다. 매각 규모는 투자 원금 5000억원에 연간 3.5%의 보장수익을 합친 수준인 최소 6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터폴 매각에 따라 LP였던 국민연금(4500억원)과 새마을금고(500억원)가 투자원금과 배부수익을 먼저 가져가고 위탁운용사(GP)인 FI, SK스퀘어가 남은 수익을 얻어가는 구조다.
자금력 있는 인수후보군이 많지 않다 보니 현금 거래로는 매각전이 흥행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더욱이 11번가는 작년 추진했다가 실패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 더욱 부담이 따른다.
주식을 일정 비율로 맞바꿈하는 스왑 등 구조화된 거래 구조도 거론되고 있다.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서다. 주식 교환은 현금 대신 주식을 매개로 해 자금 부담이 적고 신속하게 절차를 마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양도세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이 구조는 앞서 SK스퀘어가 주도한 매각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싱가포르의 큐텐이 들고 온 거래 구조이기도 했다. 큐텐은 양사 지분을 교환해 현금이 거의 수반되지 않는 구조를 짰다. 큐텐은 인터파크커머스(1500억원)를 제외하곤 티몬과 위메프 모두 현금이 오가지 않은 방식으로 M&A를 해왔다. 양사는 지분 교환을 위한 합병비율 산정에 있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비율에 따라 지분율이 달라지는 만큼 사실상 경영 주도권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풀이됐다.
11번가는 2020년 98억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점차 줄여가고 있다. 작년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1515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1분기 영업손실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오픈마켓 사업의 영업이익은 흑자 기조로 전해졌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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