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헬기 추락 사고를 당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흐센 만수리 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당국자 역시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교장관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통신에 전했다.
CNN 방송도 헬기 추락 현장에서 어떠한 생존자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이란 국영방송 등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피르 호세인 콜리반드 이란 적신월사 대표도 잔해를 발견했고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추락 현장 발견 상황에 따르면 탑승객 사이에서 생존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헬기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했다.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밑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1970년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이슬람 혁명 2년 뒤인 1981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고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에는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최종 확인될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쟁 등으로 극한에 치달은 중동 정세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계 구도 승계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벌써 거론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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