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망막색소변성 실명환자, 유전자 치료로 시력 회복"

입력 2024-05-20 14:01   수정 2024-05-20 14:02



서울대병원은 망막색소변성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 환자 A씨와 남성 환자 B씨가 각각 럭스터나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지난달 말 퇴원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시력이 크게 떨어져 실명 상태였던 환자는 치료를 받고 시각 기능 회복 가능성을 얻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망막색소변성과 레버 선천성 흑암시는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 저하로 시력을 잃는 유전성 질환이다. 망막과 망막색소상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100가지 넘는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생긴다.

주로 유소년기나 청년기에 증상이 시작돼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된다. 30~40대의 젊은 나이에 실명에 이를 수 있다. 3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데 럭스터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RPE65 유전자 이상이 있는 환자는 전체의 1% 이내다.

야맹증과 시야 협착을 초래하는 이 질환은 중심시력과 전체 시야손실을 동반해 황반변성 등보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망막색소변성 탓에 실명이 생기면 완전한 암흑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질환 진행을 늦추고 시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럭스터나는 정상 RPE65 유전자 복사본을 담은 바이러스를 눈에 주입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망막색소변성 환자 시력 보존과 개선을 위한 유일한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면서 환자 치료가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두 환자 수술은 안과 박규형, 윤창기 교수가 집도했다. 환자 모두 1주일간 양안에 유전자 주입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는 이들은 점차 시각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초 시각 기능에 대한 여러 검사를 통해 호전 여부를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A씨는 "매일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B씨는 "어느덧 시력 저하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야맹증으로 인해 밤에 활동하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며 "뒤늦게나마 이런 치료 기회를 갖게 되어 남들처럼 생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럭스터나 치료를 위해 RPE65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시스템, 시야 광역치 측정 장비, 저시력자의 암순응 시력을 측정하는 다중 휘도 운동성 검사, 콜드체인 시스템 등을 모두 갖췄다.

박규형 교수는 "앞으로 다른 유전변이에 의한 유전성 망막질환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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