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테슬라를 60% 넘는 비중으로 담은 이른바 '테슬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이 못 나온다. 금융당국이 '분산투자' 취지를 살리기 위해 ETF 구성종목 내 특정 한 종목의 비중 상한을 보다 엄격하게 조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2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산운용사가 특정 한 종목 중심의 ETF를 출시할 경우에 그 '한 종목'의 비중 상한을 30%로 제한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이미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상 한 종목 최대 투자 한도는 30%(액티브의 경우 최대 25%)다. 하지만 그간 운용사들은 특정 주식의 1.5배, 2배 레버리지 상품을 같이 담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써 왔다. 그렇다보니 실제로는 한 종목의 범위가 절반을 넘는 상품들이 나왔다.
지난해 5월 상장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가 대표적이다. 구성종목을 보면 테슬라 개별주식뿐 아니라 테슬라의 2배짜리 레버리지 ETF들도 같이 담고 있다. 그렇다보니 테슬라에 노출되는 비중이 60%를 웃돌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ETF'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한 종목'을 외형적인 하나의 종목이 아닌 실질적인 익스포져(노출 정도)로 보겠다고 해석을 내린 것이다. 금감원은 한 종목 ETF를 준비 중인 일부 운용사를 비롯해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는 이 같은 방침을 미리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규제상 허점을 비껴가 몰빵형 상품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몰빵 ETF'들이 문자 그대로는 법을 어긴 게 아니지만, 실질적인 투자비중이 50~60%까지 나아가면서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신고서를 보면서도 이런 부분을 엄격하게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수치로 종목당 투자한도를 못박겠다는 움직임에 업계는 당황하는 눈치다. 특정 해외 종목에 집중한 ETF는 고변동성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가 있어서다.
운용사 한 임원은 "한 두개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ETF는 해당 종목이 하락장에 빠졌을 때 손실폭이 커질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걱정된다고 아예 선택지를 차단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투자자로서는 실익이 없는 규제"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한 임원도 "분산투자는 ETF의 여러 취지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모든 규정을 여기에 맞출 수는 없다"며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ETF 등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분산투자도 있지만, (연금 계좌로 투자해) 세금 혜택을 받으려는 목적도 크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한 종목 쏠림이 아닌, '비만치료제 톱2' 콘셉트 등과 같은 소수종목 쏠림에 대해선 일단 수치로 규제하진 않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종목당 비중상한을 꽉 채워서 내놓는 경우는 지양하되 업황과 경쟁현황 등을 고려해 그때 그때 달리 심사할 방침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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