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평판 관리, 예방이 최선

입력 2024-05-21 19:11   수정 2024-05-22 00:01

나이가 들면 건강에 하나둘 문제가 생긴다. 정기검진 결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땐 오만 가지 걱정으로 불안하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과식하지 말고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는 그래도 괜찮다. 담배와 술을 끊으라고 하면 세상 재미가 다 없어지는 것 같아 당황한다. 암이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나이에 비해 건강한 분들을 보면 부럽다. 타고난 DNA 덕분에 건강한 체질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잘해 온 분들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음식 조절을 잘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운동과 섭생 못지않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해진다. 암도 초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의 건강은 사회적으로 받는 평판이다. 좋은 평판을 받는 기업은 건강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기업은 아파서 경영에 전념할 수 없다. 갑질과 담합, 불공정행위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업은 부정적 평판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공정거래 리스크다.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으로 조사받는다는 뉴스만 나와도 매출이 떨어지고 주가가 출렁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대응하느라 경영에 전념할 수 없으며 죄질이 불량하면 검찰 수사도 받아야 한다. 부정당업체로 제재받으면 정부와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피해 기업과 소비자 심지어 주주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소송에도 시달려야 한다.

“나쁜 습관은 고치는 것보다 예방이 더 쉽다”는 말이 있다. 평판 관리엔 예방이 최선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미리 외양간을 고치는 건 잘 준비된 기업만이 할 수 있다. 공정거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해 제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CP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도입·운영하는 준법감시 시스템을 말한다. 임직원에 대한 정기적 교육과 환류를 통해 기업 스스로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재발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CP 운영의 핵심은 최고경영자의 공정거래 자율 준수 의지와 실천 노력이다. 최고경영자는 CP 운영 의지를 모든 임직원에게 효율적으로 전파하고, 실질적인 운영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경영자의 준법경영 의지가 전사적으로 내재화돼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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