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지방 공공기관이 재정난으로 속속 통폐합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지자체가 손쉽게 설립할 수 있는 산하 출자·출연기관이 ‘세금 먹는 하마’라는 지적과 함께 구조조정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설립 장벽을 높이고 관리 감독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시 산하 전주문화재단과 한국전통문화전당 2곳도 통폐합을 추진한다. 부산시에서는 복지 분야 정책 연구를 위해 출연한 기관인 부산복지개발원이 시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에 따라 지난해 부산사회서비스원으로 기능을 전환했다. 충청남도에서는 충남연구원, 사회서비스원 등 12곳이 통폐합을 앞두고 있다.
지자체 출자기관은 지자체가 출자한 만큼의 지분을 보유하는 ‘주식회사형’ 기관이다. 출연기관은 지자체가 개별 법령 및 조례에 따라 설립한 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재단법인형’ 기관이다. 공기업에 비해 설립이 쉽다 보니 지난 10년 동안 경쟁적으로 생겨났지만 세수 감소와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해 상당수가 통폐합 운명을 맞고 있다.
새로 출범한 출자·출연기관 중에는 파주장단콩웰빙마루(출자기관), 의정부리듬시티(출자기관)처럼 기능이 불명확하거나 중앙 공공기관과 역할이 중복되는 곳이 적지 않다. 무분별하게 늘어난 기관은 세수 감소에 시달리는 지방 재정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는다. 천안시가 매년 289억원을 투입하는 8개 출자·출연기관 중 2곳은 경영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아 천안시의회로부터 “시정과 시민에게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고 개선 의지도 없는 기관”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을 무분별하게 늘리고 방만 경영을 지속해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설립·감독 기준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행안부가 새로 설립하는 출자·출연기관의 직원 수를 광역시·도는 28명, 시·군·구는 20명 이상 등으로 기준을 강화했지만, 지자체의 ‘설립 본능’을 제어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인섭 조선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출연·출자기관별 사후 평가를 지자체가 용역을 준 업체에서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지자체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있다”며 “행안부가 일관된 기준 아래 지자체별 평가 내용을 재확인하는 등 사후 관리감독 과정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객관성을 담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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