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등 우리나라 사업주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은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생을 다섯 명 이상 고용한 사업주나 편의점 같은 프랜차이즈 소매업체 점주는 90% 이상이 업종별 최저임금에 찬성했다. 택배 분류, 포장, 퀵서비스 분야는 최저임금을 더 높이고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알바생의 임금은 낮춰야 한다는 사업주가 많았다.
알바생을 쓰지 않는 사업주는 56.5%가 업종별 최저임금에 찬성했으며 알바생을 쓰는 사업주의 찬성률은 85%까지 올라갔다. 알바생을 다섯 명 이상 고용한 사업주는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90.7%에 달했다. 최저임금과 이해관계가 깊을수록 업종별 차등 적용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업종별로는 유통·판매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의 92.5%가 최저임금 차등화에 찬성했다. 편의점이나 뷰티·헬스스토어 가맹점주가 많은 업종이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같은 요식업 분야 사업주도 83.2%가 업종별 최저임금에 긍정적이었다. 전단 배포와 주유소 알바생, 주차 도우미, 캐셔 등을 많이 고용하는 서비스업(83.1%)과 노래방, 찜질방, 숙박시설 같은 문화·여가·생활 관련 업종(75.0%)이 뒤를 이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생산성과 임금 수준은 낮은 반면 중·고교생 등 알바 구직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어서 최저임금이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분류되는 업종이다.
차등화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업종은 ‘시간당 9860원인 현재 최저임금보다 임금을 더 낮출 필요가 있는 업종’과 거의 일치했다. 사업주의 41.8%는 패스트푸드, 카페, 호프집 알바생의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전단 배포와 캐셔, 주방보조 같은 서비스 업종(38.6%)과 편의점, 뷰티·헬스스토어 등 유통·판매 업종(37.7%·최대 3개까지 복수 응답)도 임금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는 업종으로 꼽혔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반대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동일 업종이라도 사업장, 근무지마다 근로조건이 다르기 때문’(52.6%), ‘고임금 업종에만 구직자가 몰려 오히려 타 업종의 구인 난도가 높아질 것 같아서’(51.3%),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업종 기준의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50.0%) 등의 응답이 많았다.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하더라도 정교한 제도 설계가 중요함을 나타내는 통계로 분석된다.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 수준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사업주의 55.2%는 포장, 택배 분류, 창고관리, 화물 상하차 같은 생산·건설·노무 업종의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간병인과 연구 보조 같은 병원·간호·연구 업종(47.8%), 택배·퀵서비스 등 운전·배달(37.1%·최대 3개까지 복수응답)도 최저임금 수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하는 업종으로 꼽았다.
사업주들은 업종과 지역, 연령 등 폭넓은 기준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데 대해서도 79.4%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연령별 최저임금과 지역별 최저임금의 찬성률은 72.2%와 6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지급능력이 낮아진 업종은 사업주뿐 아니라 구직자까지 업종별 차등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곽용희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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