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앞장섰다. 이날 국회 앞 계단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말했다”며 “윤 대통령이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범인이라는 것을 자백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은 물과 같아서 언제든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국민의 분노 앞에 윤석열 정권은 파도 앞에 돛단배와 같은 신세라는 점을 기억하라”며 거부권 행사가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다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22대 국회는 거부권 남발에 따른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겠다.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특별검사를 민주당이 대부분 추천하도록 한 규정도 문제 삼았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을 먼저 고르고 대통령은 남은 두 명 중 한 명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실장은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했다”며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송금 특검법,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 등 여야 합의 없는 특검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든 거부당했다”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탄핵을 시사한 민주당을 겨냥해선 “미국 역사상 2595건의 거부권이 발동됐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렇다고 탄핵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그러면서도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적 의원 295명 중 197명 이상이 찬성하면 특검법은 재의결된다. 국민의힘에서 17표 이상이 이탈하면 가능하다. 이날까지 김웅 안철수 이상민 유의동 의원 등이 특검법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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