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안 팔린다.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내리 뒷걸음질 중이고, 중고차 시장조차 ‘정체의 늪’에 빠졌다. 올 들어 새로운 모델의 차종이 단 2종만 출시되는 등 ‘새 얼굴 가뭄’의 영향에다 지난해 차량이 많이 팔린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선 경기 위축의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업체의 한 영업사원은 “신차와 중고차 판매량이 모두 떨어지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만 해도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223만 대의 신차가 팔렸다.
차량 판매 부진에 대한 1차적인 해석은 ‘역기저 효과’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신차 기준 173만9249대로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자동차 시장이 호황인 건 수출이 1년 전보다 20.5% 늘어난 덕분으로, 내수 판매 증가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자동차 판매 현장에선 실물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해진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덩치가 큰 내구재인 자동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 회사의 한 딜러는 “금리가 오르면서 할부 등 금융 상품을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경차인 기아 모닝(4088대)이었다. 2위 차량도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3656대)로 집계됐다. 레크리에이션차량(RV)에서도 팰리세이드나 싼타페 등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신 가장 작은 뉴 레이와 레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경기와 밀접하다고 평가받는 포터 등 상용차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올 들어 신차 시장에서 상용차 판매량은 6만5547대로 1년 전 같은 기간(8만4808대)보다 22.7% 감소했다. 신차를 사지 못한 소비자가 찾는 중고차 시장에선 올 들어 13만2683대가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만3833대)보다 1만 대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선 당분간 판매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출시된 국산 신형 차종은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모델과 ST1 등 두 종(페이스리프트 모델 제외)에 불과하다. 모두 승합차로, 승용차 신형 모델은 아예 없다. 그만큼 완성차업체들이 내수 판매 부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2022년만 해도 4월까지 기아 니로 2세대,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 등 5종의 승용차가 쏟아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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