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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소화기질환 주간(DDW) 2024' 현장. 글로벌 내시경 제조기업 펜탁스메디칼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한국 내시경 수술로봇 엔도로보틱스의 부스를 찾았다. 한참동안 제품을 구경하던 그는 김병곤 엔도로보틱스 대표와 인사를 청한 뒤 이 같이 말하고 부스를 떠났다.
이날 엔도로보틱스 부스에는 엔도로보틱스의 제품을 구경하려는 행사 참가자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김 대표는 "올림푸스, 보스턴사이언티픽, 스테리스 등 여러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이 부스를 방문했다"며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찾아와 우리의 기술력에 놀라움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엔도로보틱스의 주력제품은 바로 내시경 치료 수술 로봇이다. 내시경을 통한 수술에 사용된다.
기존 내시경 수술도구(처치구)는 간단한 집게와 올가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용종 등을 잡고 떼어내는 수준의 비교적 간단한 움직임만이 가능했다. 엔도로보틱스의 처치구는 더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다양한 각도에서의 시술을 손쉽게 할 수 있다.
360도 움직임이 가능한 봉합용 로봇도 선보였다. 절제술까지 가능한 내시경 치료 수술 로봇이다. 김 대표는 "간단한 시술은 내시경으로도 가능하지만, 더 넓은 부위를 절제해야 하는 초기 암 수술은 복강경이나 개복 수술을 해야 했다"며 "이 로봇을 이용하면 내시경으로 비침습적인 절제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소침습, 비침습 수술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내시경 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엔도로보틱스 기술로 더 쉽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지면서 관심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봉합용 내시경 수술 로봇을 가지고 있는 보스턴사이언티픽도 우리 부스에 방문에 '너희 제품 기술력은 다른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며 "이번 학회에서 확인해본 결과, 다양한 경쟁사 가운데 우리의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엔도로보틱스의 수술로봇 플랫폼 '로보페라(ROBOPREA)'는 지난해 국내 식품의약국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올해 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안으로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사실상 확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상태"라고도 말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의 눈길을 끈 건 내시경 수술 로봇 뿐만 아니였다. 이날 엔도로보틱스는 내시경 시뮬레이터 '엔도쿠봇'을 처음 선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의료진들은 내시경 실습을 위해 주로 실리콘으로 만든 인체 모형(더미)이나 동물용 장기를 이용해왔다. 다만 두 가지 모두 인체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학습에 한계가 있었다.
엔도쿠봇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제품이다. 스크린을 통해 위나 장 내시경 가운데 실습할 모형을 고른다. 위 상부, 중간부, 하부 등 실습하고자 하는 장기의 위치에 따라 내부 모듈이 변화해 인체 장기와 비슷한 환경을 만든다. 원하는 위치에 병변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존 더미 제품과 다른 점은 인체의 호흡까지 묘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흡의 강도도 조절이 가능하다. 무작위적인 헛구역질이나 기침도 구현돼 실제와 가까운 학습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내시경을 할 때 환자가 숨을 쉬거나 기침을 하면 위, 장 등이 함께 움직인다"며 "더미에서는 불가능했던 묘사를 엔도쿠봇을 통해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부품에는 인체 조직과 비슷한 강도를 가지고 있는 막도 설치돼 있다. 위나 장의 천공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의료진은 막을 뚫지 않고 내시경을 삽입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시술 중 천공 위험성을 줄이는 학습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막은 뚫리면 교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내시경 제조 업체들의 경우, 내시경과 함께 시뮬레이터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의료진들에게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며 내시경 시뮬레이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해당 제품은 학습 보조도구로,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이라며 "인허가 과정이 필요없어 약 3개월 후부터는 전세계에 자유로운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번 학회가 '잠재 유저들에게 검증을 받은 자리'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여러 신생 기업 가운데 우리가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고, 내시경 치료쪽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엔도로보틱스는 향후 글로벌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다. 엔도로보틱스의 제품이 시중 모든 내시경 제품과 호환이 가능한 만큼, 다양한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엔도로보틱스는 올해 약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환자에게 사용되진 못하고 있다"며 "다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연구용으로 첫 공급을 완료했으며, 올해 세브란스 등 빅5 병원에서도 도입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FDA 승인 이후 해외 진출과, 엔도쿠봇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내년에는 약 80억■~1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매출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기술성 평가 등 상장을 위한 심사에도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거래소 심사를 마친 뒤, 내후년 상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의 목표는 상장이 아닌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워싱턴DC=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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