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다시 불거진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논란에 대해 "김정숙이라는 개인이 인도에 여행 간 게 아니지 않냐"고 22일 밝혔다. 국민의힘의 공세는 마타도어라고 일축하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건 국가 대 국가의 일이다. 김정숙이라는 어떤 개인이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 간 게 아니지 않나. 만약 여행을 간 거라면 모디 총리라는 한 나라의 정상이 만나주겠냐"며 "설령 영부인(김정숙 여사)께서 머리 좀 식히러 간다고 치더라도 단독으로 총리가 만나주겠냐"고 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놓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고손실·직권남용죄를 주장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선 "대응할 가치도 없는 마타도어"라며 "미국 영부인(질 바이든 여사)이 한국에 아무 목적 없이 여행 삼아 오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단독으로 만나주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최초의 영부인 '단독 외교'라고 표현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국민의힘에 역공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회고록에는 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당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뜨겁게 올라와 있으니, 물타기를 할 사안으로 이걸 선택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뜨거운 이슈는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두 분에 대한 특검 아닌가. 거기에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의 방인이 한국 정부에서 먼저 검토하고 인도에 요청한 '셀프 초청'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처음에는 아예 초청장도 없다고 해서 평산마을 비서실에서 초청장을 확인해줬더니 이제 또 말이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공개한 퇴임 2주년 회고록에서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대해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썼다. 그는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나 대신으로 개장행사에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숙 여사의 방인이 외유성 출장이 아닌 인도 정부의 초청에 따른 공식 외교 활동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외교부가 지난 20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은 한국 측이 먼저 검토했고, 이에 따라 인도 정부가 초청장을 보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셀프 초청' 논란이 불거졌다. 또 외교부는 당초 인도 측이 초청한 인사는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과는 배치되는 설명이었다.
인도 측 요청이 먼저인지, 우리 측 검토가 먼저인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언론 공지 다음 날인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뒷받침할 자료와 관련해 "유관부서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4년 전의 일이고 당시 담당자들도 바뀌어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외교부의 이같은 입장이 알려지자 지난 21일 곧장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거짓말이며 외교부의 장난질"이라며 "평산마을 비서실은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김정숙 여사 앞으로 온 인도 모디 총리의 초청장이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했다고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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