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재개발 조합은 상가 분양 순위에서 K씨를 5순위이자 최하위로 작성해 구청장에게 제출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상가 분양 최선순위는 재개발 조합장이었다. K씨의 상가 분양 순위를 둘러싼 다툼은 단순히 조합과의 소송만이 아니라 조합장의 개인적 이익과 얽힌 문제였다.
K씨는 법원에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도시 정비조례와 재개발 조합 정관에서 정한 상가 분양 대상 제1순위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수분양권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K씨는 다른 상가 조합원과 달리 분양 신청 기간 만료일이 지난 뒤 관리처분 변경계획안 공람 기간에 기존의 아파트 분양 신청을 상가 분양 신청으로 변경한 사실이 있었다.
재개발 조합은 K씨가 분양 신청 기간에 상가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양 순위에서 차별받아도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K씨를 상가 분양 대상자로 정한 관리처분 변경계획이 인가·고시됐으므로 K씨는 적법하게 상가 분양 대상자가 됐다고 봐야 하고, K씨의 지위는 기존 상가 분양 대상자와 차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개발 조합은 일부 조합원의 분양 변경 신청을 수용하면 다른 조합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K씨의 상가 분양 순위를 임의로 정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가 분양 순위는 신축 건축물을 분양받을 조합원의 종전 건축물의 사용 용도나 권리가액 등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으로 조합원의 지위나 권리·의무와 관련한 사항이라고 봤다. 따라서 조합원에게 합당한 순위로 분양받을 지위를 부여하는 일에 재개발 조합의 재량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개발 조합은 조합장과 친분이 있는 상가 조합원으로부터 ‘본인들의 분양 변경 신청으로 조합 사업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최후순위로 상가 분양을 받는 데 동의하겠다’는 각서를 받아 법원에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K씨 역시 후순위로 상가 분양을 받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각서는 일부 조합원이 자신의 객관적인 상가 분양 순위와 관계없이 후순위로 분양받아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개인적 의사를 밝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법원은 “각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K씨 자신의 상가 분양 순위가 후순위로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재개발 조합의 모든 주장을 배척하고 최종적으로 K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상가 조합원에게는 상가 분양 순위에 따라 상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이 같은 권리를 침해당했거나 상가 분양 순위에서 불이익을 봤다면 수분양권 확인 청구 소송이나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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