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이 '오징어게임'과 비교에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The 8 Show)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과 비교를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먼저"라며 "(원작인) '머니게임'이 먼저 나와서 윤리적으로 전혀 거리낄 게 없다"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각색해 한재림 감독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여기에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가 '더 에이트 쇼' 속 8명의 참가자로 변신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색다른 케미와 앙상블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영화 '관상', '비상선언', '더 킹' 등을 선보여 왔던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더 에이트 쇼' 공개 이후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던 '오징어게임'과 비교되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인생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의문의 게임에 빠져들고, 이에 따라 돈을 번다는 설정, 한정된 공간에서 유니폼을 입고 게임에 임한다는 점, 게임을 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잔혹함을 보여준다는 점, 이들의 게임이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설정 등이 유사하다는 것.
한 감독은 "우리의 의상 역시 우리만의 콘셉트가 있다. 또 우리에게 숫자는 계급을 상징한다"며 "그런 논리들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어떤 장르와 마찬가지로"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최 측이 완전히 다르다"며 "'오징어게임'은 주최 측이 완벽한 악당이다. 그런데 우리는 끝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조금만 잔인해도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 굉장히 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선정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윤리적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시청자들이 어떤 장면을 써야 좋아하는지 알지만, 이게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폭력이 쾌감이 되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재림 감독과 일문일답
▲ 첫 시리즈를 선보인 소감이 궁금하다.
영화는 굉장한 압박감이 있다. 개봉 스코어나 이런 부분들이 있다. 두려움이 크다. 이건 전 세계 시청자들을 하는 거라, 많은 분이 보실 거 같으니 좀 더 설레는 맘이 컸다. 해외 관객들은 어떨지, 이런 궁금함이 컸다. 그런데 영화는 반응을 살펴보는 플랫폼이 있는데, 이번엔 처음이라 잘 모르겠더라. 그 반응들이 궁금하다.
▲ 각 인물과 층의 상징성이 있더라.
처음 시작은 3층 역할의 류준열 씨의 시급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각자의 시급으로 몸값이 나뉘는 거 같더라. 이런데도 사람들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데, 전 이게 가짜라 생각했다. 그걸 쇼 안에 가져와서 극명하게 나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크게 느껴지길 바랐다. 특히 꼭대기 층인 8층은 자본이 자본을 만드는 구조다. 그 자체가 권력이다. 그 사회가 종속돼 버린다. 이 쇼가 현실에선 없는 거처럼 보이지만, 쇼 안에 있는 차이가 '진짜'로 느껴지길 바랐다.
▲ 1층에 배성우 씨를 발탁한 이유가 있나.
캐릭터가 가장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그래서 관계자들과 논의했고, 다들 시나리오를 본 상태에서 납득하게 됐다. 연기를 본 후 잘 해낸 거 같다. 연민과 슬픔, 그러면서도 1층을 담당하는 동정심 등도 있길 바랐다. 아무래도 연극을 하시다 보니 다리를 저는 표현이나 이런 것들도 신경 써야 했다.
▲ 배성우는 음주운전 논란이 있는 상황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반대의 의견은 없었나.
제 기억엔 캐릭터가 잘 맞아 다들 납득했던 거 같다. 감독이라서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솔직히 이게 복귀작이 될지 몰랐다. 개봉할 작품도 있었고. 제가 복귀시키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당연히 영화가 나오겠지 생각했다. 그런 예상을 못 했는데, 코로나가 오고 이러면서 이렇게 된 거 같다.
▲ 제목이 원작과 바뀌었다.
원작들을 합치면서 '이게 머니게임이 맞나'라는 생각했다. 다들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이건 서바이벌 장르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건 누가 죽어야 하는데, 이건 무조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이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의미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서 '쇼'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게 저의 고민과도 맞닿아있었다. GV를 하는데 한 틱토커가 '내 마음과 공감된다.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많은 걸 고민하게 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8자를 돌렸을 때 무한대인데, 시간이 돈이니 그걸 무한대로 하자고 바꾸자고 생각했다. 그게 원작자에겐 어려운 일인데 의도를 듣고 바꿔줘서 고마웠다.
▲ '오징어게임' 영향은 없었나?
이 제안을 받을 때 '오징어게임' 나오기 전이었다. 그러고 너무 잘 돼 '이걸 하지 말아야 하나' 싶었다. 이 정도까지 클래식이 될지 몰랐고, 너무 잘됐고, 그러다 '반대로 가보자. 한명도 안 죽는 얘기를 해보자' 이렇게 된 거다. 그래서 보일 땐 비슷해 보여도 갈등도 전혀 다르다. 다 같이 살아야 하니까. 영향을 받았다는 건 없고, 다르게 가려고 한 부분은 있다. 지금 리뷰를 보면서 '오징어게임'과 같은 재미를 기대한 사람은 그 재미를 못 느끼고, 그거와 닮아서 좋다는 사람은 있는 거 같다. 서바이벌 장르에서 주는 캐릭터성, 반전, 이런 것들이 주는 게 '왜 없나' 이런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사회 실현극이고, 누군가에 대한 메타가 되길 바랐다.
▲ 그런데도 겹치는 부분들이 있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머니게임'이 먼저다. 그래서 윤리적으로 거리낄 게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의상 역시 우리만의 콘셉트가 있는 거다. 또 숫자 역시 계급을 상징한다. 그런 논리들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어떤 장르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주최 측이 완전히 다르다. '오징어게임'은 주최 측이 완벽한 악당이다. 그런데 우리는 끝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조금만 잔인해도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게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에 굉장히 조심했다. 관객들이 선정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윤리적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장면을 써야 좋아하는지 알지만, 이게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되는 거다.
▲ 층마다 전사를 보면 각자의 직업이 있는데, 여기에도 각각의 의미를 더했을까?
전체적으로 큰 궤는 '재미를 주는 사람'이다. 이걸 만들면서 바꾼 거다. 처음엔 자본주의극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재미를 주려고 하는 노력을 쓰는데 내가 투영되는 거다. 내가 재밌게 쓰면서 노력을 하는 거다. 거기에 윤리적, 도덕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쉽고, 단순하고, 고구마 싫어하고, 이런 대중의 기호를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같이 생각하는 작품을 하고자 했다. 그래서 전사들도 재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도파민에 중독돼 있다. 쾌감을 줄 수 있다. 아래층이 위층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면 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은 일부러 뺐다. 이게 제가 한 노력이었다.
▲ 박정민 캐릭터가 감독 본인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잘생기지도, 똑똑하진 않지만, 많이 투영된 거 같다. 관객에게 주는 재미, 내가 가야 하는 예술성에 대한 고민은 많이 담긴 거 같다. 단순히 재미만 주는 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됐다. 거기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어떤 지점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과연 예술이라 불리는 영화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 시원한 사이다, 도파민만 자극하는 작품이 사랑받는 상황이 의미 있나 싶더라. 그래서 이런 고민을 담고 싶었는데, 이걸 기가 막히게 읽은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신기했다.
▲ 그런데도 선정적이고 가혹한 장면들이 나온다.
그 폭력성을 보여주며 쾌감을 느끼냐, 불편했느냐의 차이다. 저는 폭력성이 불편함을 줬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최대한 짧게 했다. 이게 제 도덕적인 관점에서 맞다고 생각했다.
▲ 원작에 매료된 부분도 그런 걸까.
주인공이 뭔가 머리를 쓰는데 계속 실수에 빠진다. 그런 지점이 재밌었다. 그리고 절대 선, 절대 악이 없다. 극을 만들 땐 그렇게 선, 악을 구축하는 게 쉬운데, 그러지 않은 게 저에겐 재미였다. 그래서 그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원작자와 친해졌는데, 천재다. 멘사 출신이고. 보고 나서 연락도 왔는데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 다른 배우들 반응은 어땠나?
무대 인사나 이런 게 없다 보니, 얘기를 구체적으로 해보진 못했다. 그런데 넷플릭스랑 하며 좋았던 건, 배우들에게 론칭 전에 다 보여주더라. 그때 다 만족을 했던 거 같다. 만족 안 했는데 저에게 '뭐냐'하지 않겠지만.(웃음)
▲ 영화와 시리즈, 제작에 차이가 있었나.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꼭 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 제가 본 시리즈는 다 마지막에 또 보고 싶더라. 결정적인 순간에 끊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각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관객들이 누구에게 이입이 되든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길 바랐다. 전체 구성 시리즈에서 재밌는 방식인 거 같아서 시도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게 가능할 거 같아서 오프닝도 다르게 했다. 전 재밌었다.
▲ 그래서 차기작 '현혹'도 시리즈로 나오는 건가.
써보니 시리즈가 맞겠더라. 누드도 있고, 감정도 있어서.
▲ '현혹' 캐스팅도 류준열 배우가 언급됐는데, 이번에 호흡이 잘 맞았던 걸까.
'더 킹' 때 처음 봤는데, 그땐 친하진 못했다. 그러고 이번 작품에 대해 처음 제안했을 땐 말도 안 듣고 '그냥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마웠다. 작품을 같이 하니 너무 만족스러웠다. 한장면 한장면 재밌게 하려 노력하더라. 친구처럼, 귀여운 동생처럼 할 수 있는 배우였다. 그리고 한꺼번에 내레이션을 하는데 일주일을 했다. 계속 다시 하자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현혹' 얘기까지 하게 된 거다. 그런데 정해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아니다' 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 그리고 워낙 성실한 친구고, 이 작품에 충실해서 전 괜찮았다.
▲ 그렇기에 더 속상했을 거 같다.
전 작품 자체에 신경을 썼다. 사생활은 관심이 없었고, 만약에 범법행위를 했다면 신경을 썼을 텐데, 사생활 문제 아닌가.
▲ 마지막에 '투자해야지' 이런 말을 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아니다. 저는 이 작품이 많이 해석되길 바랐다. 왜 이게 자꾸 머릿속에 있을까. 과거엔 다 그랬는데, 요즘 안 그러니까. 저도 유튜브 숏츠를 많이 본다. 저도 극장가면 못 견디겠더라. '아, 나 왜 이러나' 싶었다. 그런 트렌드에 대한 고민은 있다. 나 역시 숏츠를 재밌게 보고 있고.
▲ 이번도, 차기작도 웹툰 원작인데, 웹툰에도 빠져있는 걸까.
웹툰은 즐겨보는데 많이 보진 않는다. 이것도, '현혹'도 먼저 제안을 받은 거다. 오리지널을 하기 위해 준비는 하고 있다. 그런데 일단 '현혹'을 쓰고 있어서 이것부터 하고, 오리지널을 하려 한다.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려고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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