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방송인이자 금융인으로 알려진 마크 테토 TCK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는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식은) 충분히 다른 음식도 맛있는데 비빔밥만 소개한다"며 아쉬워했다. K푸드가 해외에서도 통할 만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홍보가 일부 음식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밀던 당시와 지금은 달라졌다. 비빔밥, 불고기, 김치 같은 몇몇 대표 음식을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K컬처 열풍으로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받으면서다. 동영상 챌린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으로 인기를 끌고 민간 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뛰어들면서 인기를 얻는 K푸드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식 전도사 CJ 제일제당은 세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취지로 지난 2월 비비고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BI)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문으로 표기했던 'bibigo'를 한글 비비고로 변경해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확실하게 드러낸 것. 비빔밥을 담는 돌솥 모양 배경도 밥상을 형상화한 테두리로 대신했다.
새 BI를 통해 비빔밥 이미지를 벗어던진 것이다. 그간 비빔밥은 한식을 대표하는 메뉴로 꼽혀왔다. 과거 뉴욕타임스 전면 광고나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올려질 정도로 주목받았다. 비비고 역시 "비비고 이름은 브랜드의 기본 철학인 '비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 천편일률적으로 "두유 노우 김치?"라고 묻던 관행에선 벗어나는 모양새. 한국 드라마와 예능, K팝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다양한 경로로 한국 음식들이 알려지고 있다.
SNS 챌린지까지 이어지면서 한식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한국산 냉동김밥이 틱톡 영상으로 화제가 되면서 해외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SNS 상에서 외국인들의 '불닭 챌린지'가 이어지면서 라면 수출 금액은 월간 기준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인기가 라면 수출의 상당 지분을 차지한다. 올 1분기 삼양식품(연결 기준)의 매출은 3857억원,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와 235% 증가했다. 특히 까르보불닭 등이 인기를 끌며 해외 매출이 85% 늘었다. 전체 매출의 해외 비중은 75%에 달한다. 비비고 만두도 미국 시장 1위로 올라설 만큼 메뉴가 다변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빔밥, 불고기, 김치 같은 전통적인 한식은 물론 라면, 김밥, 떡볶이 등 간편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면서 "수출 증가는 물론 한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 규모도 더욱 확대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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