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기준과 규모를 공개하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의 선도지구 선점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5개 신도시 선도지구 규모를 ‘2만6000가구+a’로 잡았다. 신도시별로 1~2곳을 추가할 수 있어 최대 3만9000가구에 달한다. 선정 기준에서 ‘주민 동의율’과 ‘통합 재건축 규모’ 배점이 높아 재건축에 찬성하는 주민이 많은 대단지가 선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공개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평가 기준’에 따르면 주민 동의율 배점은 100점 만점 중 60점으로 가장 높다. 최소 참여 기준인 주민 동의율 50%를 확보하면 10점을 얻는다. 이후 동의율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높아져 동의율 95%를 확보하면 60점이 주어진다.
다음으로 높은 배점을 받는 평가 기준은 ‘통합 재건축 규모’다. 여러 노후 단지를 합쳐 재건축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표준 평가 기준에 따르면 4개 단지, 3000가구 이상이 모이면 최대 배점인 20점을 얻는다. 500가구 미만 1개 단지가 신청하면 7.5점을 얻는 데 그친다.
가구당 주차 대수 등 ‘거주 환경 노후도’가 10점, 지방자치단체의 정성평가를 포함한 ‘도시 기능 활성화 필요성’이 10점이다. 사업 실현 가능성을 지자체가 판단해 최대 5점의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주민 반대율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처럼 재건축 반대 주민 비율을 평가 기준에 넣는 안을 지자체에 제안했으나 지자체가 반대해 최종 기준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지방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평가에는 반대 동의율이 포함될 수 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국토부와 지자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재건축을 지원한다. 선도지구라는 상징성과 빠른 입주 기대감에 신도시 노후 단지는 일찌감치 선도지구 선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후 단지는 15곳에 달한다. 대부분 주민 사전 동의율이 80%를 웃돈다. 지자체에서 진행한 재건축 사전 컨설팅을 받은 곳도 많다.
분당에선 7769가구 규모의 서현시범(한신·우성·한양·현대)을 비롯해 까치1·2단지와 하얀5단지(2523가구), 한솔1·2·3단지(1972가구) 등이 통합 재건축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서현시범은 가구 수가 많고 4개 단지가 모여 있어 재건축 규모 면에서 만점에 해당한다.
일산에선 강촌1·2단지와 백마1·2단지(2906가구), 후곡마을3·4·10·15단지(2564가구) 등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평촌에선 2096가구 규모 한가람(한양·삼성·두산) 등이 선도지구 선정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들 단지는 다음달 공개되는 새로운 주민 동의 양식에 맞춰 동의율을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 정성평가인 개발 구상안 준비와 함께 사업 실현 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재건축 추진 단체가 받은 주민 동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LH 같은 공공이 사업을 대행하는 등 여러 방식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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