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고법이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들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기각하면서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고부동한 일이 됐다. 대다수 국민이 지지하고 법원도 허용한 증원임에도 여전히 ‘원점 재검토’만 외치는 의사들의 현실 인식이 답답할 뿐이다. 전문의 취득이 1년씩 늦어질 상황에 처해도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전문의 포기는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사명감을 박탈당한’ 탓이라고 하니 의사의 사명감이 의대 정원 늘린다고 손 놓아 버릴 정도로 가벼운 것인지 묻고 싶다. 집단휴학 철회가 없으면 7600명 넘는 인원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할 올해 의대 신입생과 내년 입학할 학생이 최대 피해자가 될 거라는 우려에도 선배들은 꼼짝을 안 한다. 새내기와 미래의 후배들이 10년간 겪어야 할 고통쯤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란 말인가.
이젠 의대 교수들이 나서서 전공의와 학생들을 설득해야 한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느라 교수들이 누구보다 격무에 시달려 온 것을 잘 알지만 제자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이끌고 의료시스템을 지킬 책임도 있다. 학생들과 함께 피켓을 들 일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의료와 의학교육 현장이 얼마나 흔들릴지 교수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건 쉽다. 어렵겠지만 제자들에게도 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계도 살고 대한민국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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