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밸류업 상승장이 시작되기 직전인 올 1월 22일 기준 넷넷 종목은 71개였다. 넷넷 종목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고안한 개념으로, 기업이 보유한 순현금(유동자산-부채)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종목을 뜻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에는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도 포함되지만, 넷넷 종목은 빚을 제외한 유동자산만 반영한다.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내는 데 PBR보다 유효한 지표라는 평가가 많다.
이들 71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 3개월간 평균 10.4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0.51%)에 못 미쳤다. 넷넷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배당수익률에 따라 좌우됐다. 이들 종목 중 3개월 전 배당수익률이 6%가 넘은 기업은 주가가 평균 17.95% 올랐다. 배당수익률이 4% 이상~6% 미만 기업은 6.39% 올랐고, 2% 이상~4% 미만 기업과 2% 미만 기업은 각각 3.08%, 2.91%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넷넷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과 비슷한 건 국내 증시에 밸류 트랩에 갇힌 기업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밸류 트랩은 기업 자산 규모나 이익 창출 능력에 비해 시총이 작은,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아무리 저평가 상태여도 주주환원이 잘 안되는 기업에는 일반 주주가 투자할 유인을 느끼지 못하고, 이에 따라 주가가 정체될 수 있다”며 “이런 기업은 거버넌스를 개선하거나 대주주의 주주 환원 의지를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날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높은 넷넷 종목으로는 에이블씨엔씨, 넥스틸, SNT에너지, 한국쉘석유, 동아타이어 등이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배당수익률은 15.31%, 넥스틸은 8.89%에 달한다. 이들 중 넥스틸은 최근 회계연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 10%로 최근 10년 국내 상장사 평균(26%) 대비 낮다. 배당성향이 낮다는 건 향후 배당금 확대 여력이 더 있다는 뜻이다. SNT에너지(23.2%) 동국홀딩스(20.8%) 등도 배당성향이 시장 평균 대비 낮은 종목으로 꼽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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