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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 2024 미국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통한 후원을 받아들이며 "암호화폐 군대를 만들겠다"고 한 데 이어 암호화폐 규제 완화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던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의회와 협력 기대"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날 미 하원을 통과한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안(FIT21)'과 관련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괄적이고 균형잡힌 규제 프레임워크를 보장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백악관은 "행정부는 미국의 디지털 재산에 대한 규제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법안의 통과를 반대한다"면서도 "정부는 혁신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소비자와 투자자를 위한 적절한 보호 장치를 포함하는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을 개발하기 위해 의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FIT21은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어떤 정부 기관이 규제할지를 분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탈중앙화 테스트'를 통해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됐다고 판단할 경우 상품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탈중앙화되지 않은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도록 한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페가 SEC보다 시장친화적인 CFTC의 감독을 받을 경우 규제가 한층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프렌치 힐 연방하원의원(공화당·아칸소)은 지난 21일 하원 규칙위원회에서 "명확한 규칙이 없다면 SEC가 '집행에 의한 규제'를 계속 추진할 것이며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에서 계속 영업할 경우 당장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며 법안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새로운 규제 공백을 만들고 투자 계약 감독에 관한 수십 년간의 선례를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법안은 이날 백악관 성명 발표 이후 찬성 279대 반대 136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공화당 의원 208명과 민주당 의원 7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날 백악관이 의회와의 협력 의지를 밝히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백악관은 지난 8일 SEC규제를 완화하는 다른 암호화폐 관련 법안(H J Res 109)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암호화폐 군대 만들자"
이처럼 암호화폐 규제 완화를 강경하게 반대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親)암호화폐적 태도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민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지난 21일 트럼프 대선 캠프는 암호화폐를 통한 선거 자금 후원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무소속 대선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앞서 암호화폐 후원을 받기 시작했지만 공화·민주당에서 암호화폐를 공식 대선 지원자금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제 새로운 암호화폐 옵션을 가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이 대선 승리를 이끄는 암호화폐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재임 시기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고 가격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어 변동성이 심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비트코인 투자자 수와 함께 부족한 선거자금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월 말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누적 선거자금 모금액은 8900만달러(약 1216억원)로 바이든 대통령(1억9200만달러·약2624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도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암호화폐 관련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이 모은 자금을 8500억달러(약 1160억원)로 추산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기술주 투자자 캐시우드 등이 모금에 참여했다.
주요 암호화폐 슈퍼팩 중 하나인 페어셰이크는 아직 대선과 관련된 입장은 정하지 않았다. 다만 올 초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원 선거에 출마한 케이티 포터 하원 의원(민주당)을 낙선시키기 위해 1000만달러를 집행했다. 암호화폐 규제를 주장한 포터 의원은 낙선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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