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 도박사이트 범죄수익금 환수 과정에서 사라진 1700억원대 암호화폐(비트코인)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공판부(부장검사 기노성)는 비트코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2만4613개의 비트코인을 국내에서 현금화하려 한 30대 여성 A씨의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21일 집행했다. 해당 사이트는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입금하면 일정량의 포인트를 주고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하락 베팅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A씨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와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한 이유는 A씨가 은닉한 비트코인 1476개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태국에서 한국 이용자 등으로부터 비트코인 2만4613개를 입금받아 비트코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2022년 광주경찰청은 비트코인 시세를 맞추는 불법 도박 사이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범죄수익금인 비트코인 1798개 먼저 압수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누군가 비트코인(1476개)을 미리 빼돌려 320개만 압수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지인 등이 비트코인을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A씨는 검찰에 그의 디지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경찰이 빼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진술 토대로 지난 4월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는 광주경찰청 정보화장비 운영부서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하지만 압수물을 포렌식한 결과 경찰이 비트코인을 빼돌렸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A씨에 대해 무고 혐의도 추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월 광주지법에서 도박공간개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 법원은 A씨로부터 압수한 비트코인과 다른 범죄자들에게 귀속된 범죄수익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608억 원 상당을 추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대해선 추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대한 행방은 아직도 묘연한 상태다. 한편 A씨에 대한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