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덕분에 처음 내 공간 갖게 됐어요" 삼성디딤돌 11번째 센터 개소

입력 2024-05-23 17:15   수정 2024-05-23 17:38



이렇다 할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18세가 되는 게 두렵다. 이 나이가 되면 숙식 문제를 해결해주는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을 '졸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2400여명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란 이름으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이들 손에 쥐어주는 건 정착지원금 1000만원과 5년간 월 40만원 자립 수당이 전부다.

삼성이 2013년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몸'을 만든 뒤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2년간 주거 공간과 취업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디딤돌’ 센터를 거친 청년은 모두 2만7000여명.

삼성은 단순히 현금을 쥐어주는 것보다 주거공간과 취업교육을 시켜주는 게 청년들의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디딤돌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11번째 삼성희망디딤돌센터인 대전센터를 23일 열었다.
○ 올해 10월 충북센터 추가 개소
삼성은 23일 대전센터 개소식을 연 데 이어 10월에는 충북센터를 연다고 발표했다.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은 2013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기부한 250억원을 '종잣돈'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회사가 추가로 돈을 태워 삼성의 대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은 2016년 부산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11개 희망디딤돌 센터를 건립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 생활관에서 최대 2년간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다. 이달 대전센터에 입소한 오민성(22세)군은 “처음 가져본 나만의 공간"이라며 "희망디딤돌을 통해 불안하기만 했던 미래를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센터는 자립 생활관 14실, 자립 체험관 4실 등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보호가 종료될 만 15~18세 청소년들은 자립 체험관에서 며칠간 거주하며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 주거 넘어 경제적 자립 지원
지난해 8월부터 삼성은 사업 범위를 ‘경제적 자립’으로 넓혔다. 청년들에게 주거·정서 안정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기술·기능 교육까지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일하는재단 등 4개 기관과 ‘희망디딤돌’ 2.0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전자·IT 제조 △선박제조 △IT서비스 △제과·제빵 △반도체 정밀배관 등 5개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교육 수료생 46명 중 2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온라인광고·홍보 △중장비 운전 △애견 미용 △네일아트 미용사 등 4개 과정을 추가로 개설한다.

경기센터 출신 A씨는 교육과정 중 진행된 기업 견학을 계기로 전원공급장비 제조 기업에 취직했다. A씨는 “현장을 보면서 ‘여기서 일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보금자리에 이어 이렇게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도 함께 해 준 삼성희망디딤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교육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기숙사와 삼성중공업 기술연수원 등을 개방해 숙소와 식사도 제공한다. 교육 종료 후에는 취업 상담 서비스와 협력사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보금자리와 함께 고민을 들어주고 적성에 맞는 진로와 일자리를 함께 찾아 줄 가족 같은 존재”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와 희망디딤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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