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18세가 되는 게 두렵다. 이 나이가 되면 숙식 문제를 해결해주는 아동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을 '졸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2400여명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란 이름으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이들 손에 쥐어주는 건 정착지원금 1000만원과 5년간 월 40만원 자립 수당이 전부다.
삼성이 2013년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몸'을 만든 뒤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2년간 주거 공간과 취업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디딤돌’ 센터를 거친 청년은 모두 2만7000여명.
삼성은 단순히 현금을 쥐어주는 것보다 주거공간과 취업교육을 시켜주는 게 청년들의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디딤돌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11번째 삼성희망디딤돌센터인 대전센터를 23일 열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 생활관에서 최대 2년간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다. 이달 대전센터에 입소한 오민성(22세)군은 “처음 가져본 나만의 공간"이라며 "희망디딤돌을 통해 불안하기만 했던 미래를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센터는 자립 생활관 14실, 자립 체험관 4실 등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보호가 종료될 만 15~18세 청소년들은 자립 체험관에서 며칠간 거주하며 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전자·IT 제조 △선박제조 △IT서비스 △제과·제빵 △반도체 정밀배관 등 5개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교육 수료생 46명 중 2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온라인광고·홍보 △중장비 운전 △애견 미용 △네일아트 미용사 등 4개 과정을 추가로 개설한다.
경기센터 출신 A씨는 교육과정 중 진행된 기업 견학을 계기로 전원공급장비 제조 기업에 취직했다. A씨는 “현장을 보면서 ‘여기서 일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보금자리에 이어 이렇게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도 함께 해 준 삼성희망디딤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교육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기숙사와 삼성중공업 기술연수원 등을 개방해 숙소와 식사도 제공한다. 교육 종료 후에는 취업 상담 서비스와 협력사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보금자리와 함께 고민을 들어주고 적성에 맞는 진로와 일자리를 함께 찾아 줄 가족 같은 존재”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와 희망디딤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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