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3차는 기약이 없고, 언제 될지도 몰라요. 이번에 무조건 돼야죠.”(분당구 시범한양 주민 이모씨)
23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시범한양 아파트 입구에는 ‘주민 동의율 81.1%’라고 붙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달 초 통합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이 단지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유력 후보군 중 하나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의 연내 지정이 가시화하면서 현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날 국토교통부가 선도지구 지정 기준과 배점, 평가 절차 등을 공개하자 주요 단지들은 배점이 가장 높은 동의율을 채우기 위한 작업을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까치 1·2, 하안 5단지(2523가구), 양지마을(한양 1·2단지 및 금호 1·3단지, 청구 2단지 4392가구), 정자일로(임광보성·한라 3·화인유천·계룡·서광영남, 2860가구), 이매동 아름마을(풍림·선경·효성, 1634가구) 등도 잰걸음질 치고 있다.
현장에선 동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전날 국토부가 공개한 표준 평가 기준을 보면 총 100점 만점 중 ‘주민동의 여부’가 6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매동 아름마을 통합추진위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동의율이 70%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 설문조사 작업을 다시 준비 중”이라며 “내달 6일 2차 주민 설명회를 연다”고 말했다.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수 싸움도 치열하다. 서현동 시범단지는 당초 4개 단지 통합 재건축이 예견됐지만, 최근 2개 단지씩 나눠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범한양 A 공인 대표는 “규모도 점수에 들어가지만 2개 단지만 나눠야 동의율 점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의 다른 지역 단지에선 정반대 의견도 나온다. 한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어제 정부 발표 후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니 옆 단지도 재건축에 포함하자는 주민 목소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다른 1기 신도시도 들뜬 분위기는 비슷하다. 일산은 강촌 1·2 백마 1·2단지(2906가구) 후곡마을 3·4·10·15단지(2564가구), 백송마을 5단지 (786가구) 등이 선도지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관심을 보이며 사전 컨설팅을 벌였다.
평촌은 한가람(한양·삼성·두산, 2096가구), 우성·동아·건영 3·5단지(1376가구)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평촌 우성·동아·건영 3·5단지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다들 선도지구로 지정되고 싶어 하는 만큼 대부분 단지가 동의율 80%를 넘길 것”이라며 “가구당 주차대수가 적거나 소형 평수가 많은 단지 등이 배점 상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은 은하마을(2387가구), 금강마을 1, 2차(1962가구) 등이 있고 산본은 주공 11·장미·백합(2758가구) 주공 2단지 충무 1차(2489가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선도지구 지정이 가시화하자 매매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분당 서현동 B 공인 관계자는 “시범 삼성한신 전용 84㎡ 기준 매매가가 15억5000만원 수준으로, 지난 1월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재건축 사업이 속도만 내면 투자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지구는 2027년 착공해 2030년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도지구 지정 방식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기여, 재건축 유형 등은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단지별로 차별화할 부분이 있는데 단순히 총점으로 선정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공사비 인상 대비책과 이주 대책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분당=한명현/심은지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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