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개정안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훌륭한 모델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3일 경북 문경시 영순면의 ‘혁신농업타운’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혁신농업타운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해 공동 영농을 하는 새로운 영농 모델이다. 경상북도가 추진 중인 ‘농업 대전환’ 사업으로, 이날은 그동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성과보고대회가 열렸다.
송 장관이 찾은 문경의 혁신농업타운은 원래 쌀을 재배하던 논(100㏊)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0여 개 농가가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하고, 이곳에서 쌀 대신 콩과 감자, 양파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 쌀은 24년째 공급 과잉인 데다 국민 1인당 소비도 1990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논농사로는 소득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아도는 쌀 대신 자급률이 낮은 콩, 밀 등 곡물을 심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쌀 공급 과잉을 해결하는 한편 농민 소득도 올릴 수 있다.
재배 작물을 바꾸고 나서 지난 1년간 이 영농조합법인은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쌀을 재배할 때(7억여원)의 3.2배 규모다. 쌀은 1모작만 했는데, 콩·양파 또는 감자 2모작을 한 점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시행착오가 줄어든 만큼 내년에는 32억원까지 생산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도 재정 투입 없이 작물 전환을 통해 농업 소득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농업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송 장관이 농업혁신타운에 관심을 두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가격 안정법(농안법) 개정안과 무관치 않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될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농안법 개정안은 양곡 과일 채소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가격 보장제’가 핵심이다. 정부가 남는 쌀은 무조건 사주고, 가격까지 보장해주면 공급 과잉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송 장관은 “경북의 농업 혁신은 자율적인 수급 조절을 하면서 적정 생산량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혁신농업타운과 같은 우수 사례가 확산해 농업이 청년들에게 더 매력적인 산업이자 고소득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문경에서 시작한 농업혁신타운을 올해는 10곳, 565㏊로 늘리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네덜란드 농민 소득이 8만달러지만 우리는 3만7000달러”라며 “한국 농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려면 양곡법 개정 같은 재정 지원을 하기보다 농업(농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오경묵/박상용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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