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새 반도체 지원액 두 배 늘었지만…보조금 빠진 건 한계

입력 2024-05-23 18:25   수정 2024-05-24 02:09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향후 반도체 등 현안에 대한 회의를 집중적으로 개최해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0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화성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를 찾아 최소 10조원 규모 정책금융 및 민간펀드 형식의 정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2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반도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26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주 만에 당초 계획 대비 2배가 넘는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 기업에 직접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달리 세액공제를 통한 간접 지원에 주력하기로 한 점은 한계란 지적도 나온다.
○2주 만에 지원금 두 배 증가
이날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대책은 △산업은행 저리 대출(17조원) △민·관 생태계펀드 조성(1조1000억원)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2조5000억원) △연구개발(R&D)·인력양성 등 재정 지원(5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 총력전이 전개되는 분야”라며 “세계 각국은 반도체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26조원 중 18조1000억원은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정부는 산은 출자를 통해 17조원 규모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투자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줄 계획이다. 올해 지원 중인 3조6000억원 수준의 정책금융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현재 3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반도체 생태계 펀드도 1조100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대형화를 위해 기업당 지원 규모를 늘리고 필요하면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한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에는 2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정부는 산업단지 착공에 드는 기간을 기존 7년에서 절반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특히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국도 45호선 확장과 용수·전력 공급 문제는 사전 절차 간소화, 관계기관 비용 분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R&D 인력 양성 투자는 직전(2022~2024년) 3년간 3조원 수준에서 향후 3년간(2025~2027년) 5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윤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 세액공제와 관련해 “R&D와 설비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환급해주는 것으로 보조금이나 다를 바 없다”며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를 연장해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사업용 설비와 시설 등에 대한 투자금액, R&D 세액공제는 기업 연구개발비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이익 나야 효과 생기는 세액공제
업계는 정부의 이번 대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지원책에 대해 “용수, 도로 등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성하겠다고 한 정부의 발표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운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나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현행 세액공제 방식보다는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현금성 보조금 지급이 최적의 투자 촉진 수단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배정한 보조금은 38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텔,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 지급하는 보조금만 390억달러에 달한다. 저리 대출과 세액공제를 제외한 순수한 직접 보조금 기준이다. 일본은 TSMC가 투자하는 자국 내 제1·2공장에만 1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강경민/김채연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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