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연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신중해졌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날 기조는 통화정책 완화를 ‘살짝’ 내비쳤던 4월 금통위와 이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던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기자회견 사이에 있다는 분석도 많았다. 시장 평가는 엇갈렸다.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의견과 “통화정책 스탠스가 4월과 달라지지 않았다”(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망이 함께 나왔다.
이 총재는 3개월 전 물가 전망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물가에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은 수출이 성장에 기여하고 있고 △내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으며 △정부의 물가 안정책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지만, 물가 정책을 통해 상쇄되는 부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2.6%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물가가 예상보다 올라갈 가능성을 경계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엔 “성장세 개선,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는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매파적이었지만 이 총재 발언은 도비시(비둘기)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게 많았다”고 전했다.
윤 위원은 “20여 일 전 기존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이 총재 발언을 생각하면 오늘 메시지는 완화적 기조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연내 두 차례 이상 인하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도 이날 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도 시기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오늘 발언이 4월 금통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정색하면서 “하반기에 금리 인하 시점이 있더라도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4월보다 훨씬 커졌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엇갈리자 보수적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이나 메시지는 과거와 비교하면 한층 신중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칙론이라고 하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언급은 삼갔다.
좌동욱/강진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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