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3000만원대 중반(보조금을 감안한 실구매가 기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를 23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중형 위주이던 차급을 소형으로 넓힌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도 한 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고성능 삼원계(NCM) 배터리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고급 기능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카 수요를 상당폭 빨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아는 EV3가 작년 말부터 불고 있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사장은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12만 대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며 “EV3는 ‘얼리 머저리티’(early majority·보통 사람보다 약간 먼저 신제품을 수용하는 사람)층을 공략하는 첫 차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1분기 기준 11% 수준이다. 시장에선 통상 신제품 판매 비중이 10%를 넘으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3000만원대 중저가 전기차를 내놓는 이유다. 테슬라도 가격을 확 낮춘 보급형 전기차 모델2를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다. 송 사장은 “출고 가격을 3만5000~5만달러(약 4700만~6800만원)에서 맞출 것”이라며 “보조금을 고려한 국내 가격은 3000만원대 중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기준으로 보조금은 최대 840만원,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은 최대 300만원이다.
폭스바겐 ID.3 가격이 독일 기준 3만9995유로(약 5900만원)인 만큼 해외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D.3의 항속거리는 435~559㎞다. BYD가 올해 출시한 위안 업은 시작 가격이 9만6800위안(약 1800만원)으로 훨씬 저렴하지만 항속거리는 301~401㎞에 그친다. 기아는 EV3 판매 목표를 연 20만 대로 정하고 이 중 3만 대가량을 국내에서 파는 걸로 잡았다. 국내 판매는 오는 7월, 유럽은 4분기, 미국 등 나머지 시장엔 내년부터 투입한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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