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수요가 확대된 가운데, 공급이 제한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한은 경기동향팀 최영우 과장, 최종호 조사역은 24일 '최근 반도체 경기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3.5 개발로 인공지능(AI) 붐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초를 저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2013년 '스마트폰 수요 확대', 2016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 2020년 '코로나 비대면 활동 증가'에 이어 네번째다.
한은은 이번 반도체 경기가 지난 2016년 클라우스 서버 증설 당시의 사이클과 비슷하다고 봤다. 당시에는 가상자산의 확산으로 서버와 PC 중심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전방위적으로 수요 확산이 나타났다. 당시 상승기는 2년 간 이어져 다른 상승기(7분기)보다 1분기 더 이어졌다. 작년 2분기 시작된 이번 AI 붐 상승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수요의 경우 AI 서버에서 일반서버, 모바일, PC 등 여타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급 확대는 상대적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I 서버 부문은 AI 붐에 대응하기 위한 거대 정보통신 기업(빅테크)의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빅테크 간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관련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경쟁업체인 AMD는 최근 AI 반도체를 출시했으며, 구글과 메타 등 서비스 중심의 빅테크 기업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일반서버는 기존 설비 노후화·그간 투자 부족 등이 수요 회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과 PC도 AI 기능 도입으로 관련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 측면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제품 생산 능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서버용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고성능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높은 생산 난이도로 인해 여타 메모리보다 수율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소수의 메모리 기업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들 반도체 기업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점유율보다 수익성 확보를 중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공급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 더 길어질 여지도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경기 상승기에 국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흐름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내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건설투자, 데이터센터 건설투자 등도 국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같은 반도체 상승 흐름을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반도체는 다 알다시피 국가 총력전이 전개되는 분야이고,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반도체 지원을 펼쳐서 국가가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업은행에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계획도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이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이야말로 우리의 민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토대"라며 "이번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에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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