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혁명의 불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복수와 희생

입력 2024-05-27 10:00   수정 2024-05-27 15:43


가장 많이 팔린 소설,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역사소설, 대중문화에 가장 영향을 끼친 소설. 찰스 디킨스가 1859년에 발표한 <두 도시 이야기>를 수식하는 문장들이다. 찰스 디킨스 자신이 “내가 썼던 작품 중 최고의 이야기”라고 한 <두 도시 이야기>는 지금까지 2억 부 이상 판매되었다.

우선 영국 작가가 프랑스대혁명 시기의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삼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독서를 시작해야 한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은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정치권력이 왕족과 귀족에서 자본가계급으로 옮겨지는, 역사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기를 불러왔다.

혁명 초기에는 언제나 그렇듯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상황을 찰스 디킨스는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지만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바스티유 감옥이 습격당하고 국왕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던 시기에 프랑스의 많은 귀족이 영국으로 피신 가고 재산을 반출시킨 일이 소설의 주요 골격이다.
루시를 사랑하는 두 남자
귀족의 모함으로 18년간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던 프랑스인 의사 마네트 박사와 아름다운 딸 루시. 겨우 석방된 두 사람이 영국으로 향할 때 텔슨은행의 직원인 영국인 자비스 로리가 동행한다. 로리는 마네트 일가의 후견인으로 끝까지 마네트 박사와 루시를 돕는다. 루시를 사랑하는 두 명의 남자, 프랑스인 찰스 다네이와 영국 변호사 시드니 카턴, 이들은 언뜻 보면 쌍둥이로 착각할 만큼 닮았고 이것이 소설 속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이들 다섯 사람은 프랑스에서 같은 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한다. 영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찰스 다네이는 영국과 프랑스를 오랫동안 오간 첩자라는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를 맞는다. 재판에서 루시의 증언과 카턴의 변호로 다네이는 무죄판결을 받는다. 게다가 아름다운 루시와 결혼까지 하는 행운을 얻는다.

오랜 감옥 생활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마네트 박사를 도우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찰스 다네이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프랑스 후작 에브레몽드의 조카로 프랑스 귀족사회에 염증을 느껴 영국으로 왔던 다네이가 자신의 하인이던 가벨을 돕기 위해 프랑스로 가면서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제대로 된 재판 절차도 없이 구속하고, 명확한 검증도 없이 단두대로 처형하는 혁명의 현장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찰스 디킨스는 서문에서 “혁명 전과 혁명 기간 동안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이 언급된 부분은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믿을 수 있는 증인의 도움으로 충실히 재현되었다. 내 희망 중 하나는 그 끔찍한 시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대중적이고 생생한 매체에 뭔가를 보태는 일이었다”라고 밝혔다.
구속과 무죄, 다시 사형 언도
다네이가 프랑스로 온 이후 마네트 박사와 루시도 뒤따라온다. 파리 텔슨은행의 자료 유실을 막기 위해 출장 온 자비스 로리가 끝까지 마네트 가족과 함께한다.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데다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운 마네트 박사 덕분에 사형 위기에 처했던 사위 다네이가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에브레몽드 후작에게 가족을 잃은 드파르주 부인의 복수심에다 마네트 박사가 에브레몽드 후작에게 고통당할 때 남겼던 편지 때문에 다시 구속되어 사형 언도를 받는다. 그때 그를 살리고 대신 죽기로 결심한 시드니 카턴이 교도관과 은밀한 접촉을 시도한다. 카턴은 왜 죽으려 했고, 계획대로 단두대로 향하게 될까?

<두 도시 이야기>는 역사를 바꾸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이 겪는 혼란과 그 틈에서 피어나는 애절하고도 가슴 아픈 사랑을 담았다. 엄청난 변화가 몰아닥친 역사의 현장과 견디기 힘든 고통이 중첩되는 삶을 폭넓게 음미하게 되는 소설이다. 한 세기가 넘도록 영화·뮤지컬·오페라로 재탄생되며 감동으로 인도하는 깊고 다난한 이야기 속에 풍덩 빠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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