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좋아진다는데 체감은…" 尹 부정평가 이유 '1위'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4-05-25 17:54   수정 2024-05-25 17:56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부정 평가 1위로 '경제/민생/물가'가 33주째 지목되고 있다. 최근 고물가 국면에 대통령실의 '해외 직구 규제 논란' 등까지 빚어지면서 관련 부정 여론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계속되는 고물가 파동, 이어지는 지지율 저조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1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긍정 평가는 24%, 부정 평가는 67%로 집계됐다. 2주 전 실시된 직전 조사와 각각 같은 수치로, 총선이 끝난 후 내내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런 가운데 부정 평가 이유 1위에는 '경제/민생/물가'가 이름을 올렸다. 해당 항목은 지난해 추석 이후인 10월 2주차 조사 이후 내내 윤 대통령 부정 평가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이는 1분기 기준 2017년 2.5% 감소한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에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감소 전환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물가만큼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가구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가인증통합마크(KC)를 받지 못한 제품의 해외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이 거셌던 이유도 이러한 배경이 크다는 진단이다. 그나마 정부가 해당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하면서 여론이 잠잠해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기존 시장 전망치인 0.6%~0.7%를 크게 뛰어넘는 1.3%로 집계되면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 조짐이 일부 나타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돌발 변수가 없으면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지속해 올해 하반기 월평균 2.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 '경제/민생/물가'를 꼽는 비중이 줄어들 조짐이 있어 향후 여론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 해당 항목을 부정 평가 이유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14%로 해당 항목이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꼽힌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했는데
…체감 경기는 녹록지 않아"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 여론 전망이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경기 전망 조사에서 응답자 52%가 향후 1년간 한국 경기 전망이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28%였다. 이는 지난 4월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초반과 비교하면 긍정 전망이 나아졌지만, 2022년 6월 이후 부정 전망이 긍정 전망을 30%포인트 넘는 현상이 대부분 목격되고 있다.

한국갤럽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1연속 동결하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을 근거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듯하다"며 "경기 낙관론은 대체로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신뢰 정도가 강한 이들에게서 높은 편이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서 여권 지지층에서도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향 보수층의 경기 낙관론은 3월 33%에서 4·5월 22%로 줄었고, 같은 기간 비관론은 28%에서 40% 안팎으로 늘었다. 지난 1년간 성향 진보층의 경기 낙관론은 대체로 10%를 밑돌았고, 비관론은 70%를 넘나들었으며 총선 전후 달라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은 안정·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농축수산물 물가는 상승 추세"라며 밥상 물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여기에 최근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다시 등장한 김건희 여사 문제도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갤럽 부정 평가 요인에 '거부권 행사'는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늘어난 7%, 김 여사 문제는 2%포인트 늘어난 5%를 기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 부문에 대한 평가는 현 시점보다 시간이 지나서야 재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인 국정에 있어서 총선 이후 쇄신이 됐다는 이미지를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채상병 특검 관련해서는 보수층에서도 찬성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1.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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