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4일 15: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보험에 이어 현대해상화재보험도 후순위채 발행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후순위채를 통해 자금조달과 자본건전성 개선을 모두 노리겠다는 게 보험사들의 구상이다.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시장 수요가 풍부한 것도 목표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는 27일 3000억원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준비 중이다. 흥행 여부에 따라 5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만기는 10년이지만 5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를 할 수 있다. 공모 희망 금리는 연 4.3~5.0%로 책정했다.
올해 들어 보험사 후순위채 조달 작업이 활발하다.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31일 12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찍을 예정이다. 700억원 조달 예정이었지만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늘렸다. 상반기에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도 후순위채를 찍었다.
당초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 흥행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컸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도에 ‘부정적’ 꼬리표를 매긴 여파로 풀이된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3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10억원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월 지급식’ 채권을 도입한 데다 연 7%의 높은 이자 수익을 제공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는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주문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현대해상 후순위채도 시장의 관심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을 위해 보험사들이 앞다퉈 후순위채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K-ICS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본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수준이다. 현대해상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이 마무리되면 K-ICS 비율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167.8%에서 4.20%포인트 증가한 172.0%로 오를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K-ICS 등 자본건정성 지표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회사채와 달리 지표 산정 시 자본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사 가운데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보다 후순위채를 선호하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조달 부담을 더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보험금지급능력(신용도)보다 한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매긴다. 변제순위가 밀려 두 단계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종자본증권보다 조달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다. 대신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보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비율이 낮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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