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된다. 내는 돈(보험료율)은 9%인데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나 된다. 고갈을 피하려면 독일 스웨덴 일본 등 연금 선진국처럼 보험료율을 20% 가깝게 올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나마 차선책이 보험료율만 올리는,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이다. 받는 돈까지 늘려서는 개혁이 어렵다. 실제로 여당 안과 야당 안 모두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8~9년 늦추는 데 그친다. 연금개혁의 대전제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이다. 소득대체율 44%든 45%든 기성세대에 유리하다. 2007년도 연금개혁 방향(소득대체율 60%→40%)과도 역행한다. 개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요한 구조개혁이 빠진 점도 문제다. 연금개혁은 단순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건드려서 될 일이 아니다. 국민의 노후소득을 뒷받침하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함께 봐야 한다. 당초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구조개혁을 함께 들여다봤다. 이제 와서 굳이 ‘21대 마무리’ 논리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흥정하듯 합의하면 연금개혁이 끝이라는 건가.
그동안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이 대표가 21대 국회 종료 직전에 연금개혁을 외치는 건 개혁 무산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려는 정략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물론 연금개혁이 제대로 안 된 데는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핵심 수치를 다 뺀 ‘맹탕’ 개혁안을 내면서 개혁안 마련을 국회에 떠넘겼다. 개혁 취지에 맞게 정부안을 내고 힘들어도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고, 여당도 힘을 보태야 했다. 책임 방기다. 연금 정상화는 속도보다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마감시간 쫓기듯 개악하면 어떻게 정상화할 텐가. 21대 국회 종료를 닷새 앞둔 허겁지겁 개혁, 내용도 형식도 모두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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