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으로 티켓값 올려받다…美 법무부에 '철퇴'받은 기업

입력 2024-05-24 07:13   수정 2024-05-24 08:5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법무부가 콘서트 및 각종 스포츠경기 티켓 중개회사인 라이브네이션을 독점행위로 고소하고 회사 분할을 요구했다. 이 회사가 대형 공연 생태계를 장악해 팬들에게 높은 가격과 수수료를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20여개 주는 라이브네이션이 경쟁업체를 제거하고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공연 기획사와 공연장에 보복을 가했다며 23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제는 라이브네이션을 해체(break-up)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라이브네이션의 주가는 이날 7.8% 급락해 93.48달러에 장을 마쳤다.


라이브네이션은 공연 기획 시장의 약 50%를 담당하는 최대 회사다. 또 미국 내 주요 공연 및 경기장 티켓 1차 판매량 중 80%가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마스터를 통해 팔려나간다. 라이브네이션은 티켓마스터와 2010년 합병했다. 당시 법무부는 티켓마스터로부터 향후 이 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공연장에 불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경쟁이 유지되는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콜로라도에 사는 짐 롱크는 WSJ에 풋볼 경기를 4인 가족이 보러갔는데 티켓 가격과 별개로 부과된 수수료만 1인당 240달러씩 총 1300달러를 냈다며 "프로풋볼 관람에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과 이런 처리 수수료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와 거래하지 않으면 공연이 아예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밀워키의 팝스트씨애터그룹 최고경영자(CEO)인 게리 위트는 팝스트 공연장이 티켓마스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라이브네이션이 주최하는 공연이 밀워키를 아예 건너뛰는 경우가 있다고 WSJ에 밝혔다. 위트 CEOm는 "티켓마스터가 싫다거나 티켓 수수료가 싫다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큰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를 보유한 기획사와 합병한 티켓 회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2022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티켓 판매 과정에서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반면 라이브네이션 측은 "티켓팅이나 프로모션에서 독점권이 없으며 정부의 소송에 맞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수수료는 공연장에 지불되며, 경쟁으로 인해 티켓마스터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법무부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기본적인 경제학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패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티켓마스터가 인기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들과 맺은 장기 티켓팅 계약 등이 독점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티켓마스터는 선금을 주는 대가로 인기 공연을 담당할 권리를 3~5년씩 보유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제출한 소장에서 이 회사가 어떻게 분할돼야 하는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라이브네이션의 공연기획 비즈니스를 티켓마스터에서 떼내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분할 소송은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다. 라이브네이션이 단지 경쟁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독점으로 인한 위반행위가 너무 만연해서 이보다 강도가 낮은 조치로는 경쟁을 회복시킬 수 없다는 점을 법원이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배심재판(jury trial)을 시도할 예정이다. 반독점 문제를 놓고 다투는 재판에서 배심제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관련 법이 복잡하고 배심원들의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어서다. 대신 법무부는 배심원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 있는 강력한 스토리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예상했다.

라이브네이션은 소송 전 법무부와 합의 협상을 시도했지만, 법무부는 공연장과의 독점 티켓팅 계약을 줄이거나 없애겠다는 등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고 WSJ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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