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이 1년 넘게 상승하자 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집값마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나섰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매매가와 차이를 줄이자 전세 수요가 매매로 옮겨갔고,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기 용이한 노도강 지역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전용 59㎡는 지난 2일 7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3월 6억3000만원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더니 두 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인근 '현대' 전용 59㎡도 지난 6일 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마찬가지로 지난 3월 6억1500만원에서 4500만원 상승한 액수다.
지난해 말 시공사와 계약을 취소하며 재건축을 멈춘 '상계주공5단지' 집값도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억4000만원까지 내렸던 전용 31㎡ 실거래가는 지난달 5억원 선을 회복했고 이달 7일에는 5억15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 전용 84㎡는 이달 1일 8억1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7억원까지 내렸던 이 아파트 동일 면적 실거래가는 약 8개월 만에 8억원 선을 회복했다. 방학동 '신동아1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6일 6억원에 팔리면서 직전 거래인 지난 4월 5억1000만원 대비 9000만원 뛰었다.
노도강 지역은 지난 3월 서울 집값이 상승으로 돌아선 이후에도 지속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5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서 노원구와 도봉구 집값은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온 하락세를 끊으며 0.0% 보합 전환했고 강북구는 0.01% 반등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노도강 집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전셋값이 1년 내리 치솟으며 집값과 격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노원구 전셋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3% 올랐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각각 3.05%, 2.96% 상승했다. 전셋값은 상승하고 집값은 최근까지 하락하며 집값과 전셋값 차이도 줄었다.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1㎡는 지난 3월 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면적의 최근 전셋값은 2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전셋값에 4000만원만 더하면 매매가 가능한 셈이다. 월계동 '초안2단지' 전용 49㎡도 이달 3억원에 팔렸는데 전세 시세는 2억원대로 형성되어 있어 전셋값이 1억원을 더하면 매수가 가능하다.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4단지'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4억5500만원으로, 5000만원 적은 4억500만원에 전세를 주고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방학우성2차' 전용 84㎡는 지난달 4억7800만원에 팔렸는데 최근 전셋값은 3억7000만원으로 전셋값에 약 1억원을 더하면 매수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이후 노도강 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30대 매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노원구의 경우 3월 30대 매수자가 1월 대비 122% 증가했고, 도봉구는 133%, 강북구도 158% 급증했다.
상계동의 개업 중개사는 "아무래도 서울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 않으냐"며 "(집값이 9억원 이하라) 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활용해 집을 사는 젊은 부부들의 발길이 제법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출산 2년 이내 신생아 자녀를 둔 가정에 연 1~3%대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9억원·전용 85㎡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서울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을 맞추려면 중심지역에서는 사실상 외곽 지역만 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폭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고금리 상황이라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 수요가 늘지 않고 있기에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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