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샤이니(SHINee)가 감동의 완전체 콘서트로 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네 멤버, 3만 관객, 그리고 고(故) 종현까지 모두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샤이니는 24~26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 : 샤이니스 백(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 : SHINee's BACK)'을 개최했다.
3일간 동원한 관객은 총 3만여명.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6년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샤이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여섯 번째 단독 콘서트의 앙코르인 이번 공연에는 샤이니의 대표 문구인 '샤이니스 백'이 부제로 붙었다. 지난해 건강상 이유로 함께하지 못했던 온유가 합류, 완전체 샤이니가 돌아왔다는 의미가 더해지며 더욱 특별한 타이틀이 완성됐다.
기발한 자체 콘서트 명을 잘 짓기로 유명한 태민은 이번 공연을 '드래콘볼'이라고 명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 "멤버들이 1년 만에 모이지 않았느냐. '드래곤볼'에서 구슬을 다 모아야 소원을 빌 수 있는데, 우리도 여러분의 소원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샤이니즈 백~"
객석 조명이 낮아지고 오프닝 영상이 시작되자 팬들은 감격한 듯 함성을 쏟아냈다. 영상에는 멤버들의 캐릭터 실루엣이 무대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고(故) 종현까지 총 다섯 명이었다. '완전체 샤이니'에 초점을 둔 공연인 만큼 더없이 감동적인 시작이었다. 다섯 명의 목소리, 다섯 개의 환한 빛과 함께 본격적인 '샤이니 월드'가 열렸다.
가로 3.5m, 세로 10m의 플라잉 스테이지가 슬로프 형식으로 메인 스테이지와 연결되자 그 위에서 멤버들이 등장했다. 뜨거운 환호성을 받으며 무대에 선 샤이니는 오프닝 첫 곡으로 'Sherlock·셜록(Clue + Note)'을 택하며 시작부터 폭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어 '루시퍼(Lucifer)', '낯선자, '새틀라이트(Satellite)', '드림걸(Dream Girl)', '아이덴티티(Identity)'까지 무려 6곡을 잇달아 소화했다.
실력파, 공연 강자로 정평이 난 샤이니답게 시작부터 눈을 뗄 수 없는 파워풀한 라이브 퍼포먼스가 시선을 끌었다. 객석에서 일렁이는 푸른 응원봉의 힘찬 움직임에 어울리게 네 멤버는 가벼우면서도 파워풀한 몸짓으로 완벽한 오프닝을 선보였다. 샤이니 콘서트는 공연을 내내 서서 보는 '스탠딩콘'으로 유명한데, 이날도 역시 팬들은 시작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티스트 못지않은 열정으로 화답했다.
샤이니는 시작부터 날아다녔다. 이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두고 하는 말도 맞고, 동시에 무대 상부의 플라잉 스테이지와 바닥에 설치된 가로 12m, 세로 6m의 무빙 스테이지를 타고 실제로 관객들에게 가깝게 날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탠딩석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온 무빙 스테이지는 곧 돌출 무대로 변신, 오프닝부터 풍성하고 입체적인 구성을 자랑했다.
지난 25일은 샤이니의 데뷔 16주년이었다. 단체 인사를 마친 후 민호는 "16주년 즐길 준비 됐냐. 온 힘을 다해 콘서트 할 테니 끝까지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키는 "벌써 16주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때 아이가 태어났으면 16살인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긴 시간이라면 긴 시간이지만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거다. 너무 거창하지 않게, 생일파티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는 시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온유는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시작부터 하늘을 찌를듯한 시원한 고음을 뱉어내며 무대를 한층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이끌었다. 온유는 "많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멤버들과 여러분들이 기다려준 덕분에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는 거다. 건강하게 회복했으니 앞으로도 자주 보자"고 인사했다.
K팝 부흥기의 중심에 있었던 샤이니는 많은 이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팀'이다.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해 당시 스키니진·연하남 열풍을 일으켰고, 이후 강렬한 음악에 미친 듯한 춤사위·독특한 콘셉트로 매번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수능 금지곡 '링딩동(Ring Ding Dong)'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노력했던 기억, '루시퍼' 손가락 안무를 따라 춰본 기억 등 여러 추억의 페이지마다 샤이니의 곡들이 껴있다.
공연에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가 알차게 들어있었다. '링딩동', '에브리바디(Everybody)', '뷰(View)', '산소 같은 너' 등 주옥같은 히트곡 무대가 이어져 팬들과 추억을 공유하는가 하면, '라이크 잇(Like It)', '데리러 가', '돈 콜 미(Dont' Call Me)', '바디 리듬(Body Rhythm)', 쥬스(JUICE)' 등 한층 성숙해진 지금의 샤이니까지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었다.
명곡으로 꼽히는 샤이니 표 발라드 무대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방백'에 이어 일본곡 '다이아몬드 스카이(Diamond Sky)', '컬러스 오브 더 시즌(Colors Of The Season)', 그리고 '재연'까지 감미롭게 부른 샤이니였다. 댄스곡 무대 때와 달리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여 멤버들의 보컬에 최대한 집중하는 팬들의 애티튜드도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첫 무대를 장식한 '하드(HARD)'를 통해서는 현재를 빛내고 있는 샤이니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감각적인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이내 중독성 강한 90년대 힙합 비트에 마음을 뺏기게 되는 이 곡을 통해 지난해 샤이니는 '명불허전 모방 불가' 그룹임을 재입증했던 바다.
온유까지 4명이 선보인 첫 '하드' 무대는 한층 안정적이고, 완성도가 높았다. 개성 있는 보컬로 켜켜이 구성을 쌓다가 온유의 강력한 고음에 이어 랩이 터져 나오는 부분은 강한 쾌감을 안겼다. 장르적 한계가 없고, 다른 누군가와 겹치는 구석도 없다. 16년간 구축해온 '샤이니 월드'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어 신나는 템포의 '히치하이킹(Hitchhiking)'과 '런어웨이(Runaway)'를 부르며 마지막까지 열기를 끌어올렸다. 관객들과 같이 뛰어노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과거와 현재를 공유한 데 이어 샤이니는 미래에 대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멤버들은 데뷔일 5월 25일에 맞춰 "525년 더 하겠다. 함께 하자"고 외쳤다. 현재 온유, 태민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으나 팀 샤이니는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공연을 마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온유는 "다음 샤이니의 모험도 기대해 달라"면서 "사랑을 주시는 만큼 이에 보답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태민은 "샤이니라는 팀으로 데뷔해 샤월(공식 팬덤명)을 만났다. 형들, 샤월과 함께 꿈같은 여행을 하는 것 같다. 꿈속에 사는 것 같은 환상적인 직업이라 생각한다"면서 팬들을 향해 "우리가 빛날 수 있게 빛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16년이나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다 여러분 덕분"이라면서 "열심히 응원해 주시니 오히려 많은 분이 샤이니라는 존재를 의미 있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525년, 아니 힘닿는 데까지 할 거니까 늘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민호는 "데뷔 16주년이라는 특별한 날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행복하다. 데뷔 때 드라마 같고 영화를 찍는 것 같다면서 엔딩을 꼭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말을 취소하겠다. 이젠 끝나지 않는 엔딩이 생겼으면 한다. 샤이니와 찍는 한 편의 영화를 계속 이어 나가 보자. 여러분은 언제나 내 희망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키 역시 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이렇게 만나서 노는 게 쉬운 듯 쉬운 일이 아니지 않냐. 시작은 우리가 있어서 샤이니 월드가 생긴 거지만, 여러분이 없으면 이걸 이어 나갈 수가 없다. 무대에 서는 건 우리 역할이고 설 수 있게 해주는 건 여러분 한 명 한 명이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비어 보일 만한 모습은 다 제거하고 이런 무대를 만들려고 고민한다. 다 아시겠지만 정말 진심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모일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너무 긴 텀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또 보자"고 인사를 건넸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완전체'에 큰 의미를 둔 만큼 고 종현의 흔적을 여러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오프닝에 이어 공연 중간에 나온 영상에서도 종현의 목소리와 캐릭터 실루엣이 그대로 등장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날 추가 앙코르였던 '줄리엣(Juliette)' 무대에서도 종현의 보컬이 그대로 깔려 멤버들과 한목소리를 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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