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보고서에서 자주 보이는 말이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다른 선진국과 달리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어서다. 이코노미스트 다수가 경기 침체를 전망했던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로, G10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이 잘나가는 가장 큰 배경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난 뒤에도 인프라법, 반도체 및 과학법 등을 통해 매년 수조달러를 뿌리고 있다. 재정 적자는 작년 GDP 대비 6.3%였고 올해도 5.6%(브루킹스 추정)로 추정된다. 과거엔 경기 침체 때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이다. 다른 나라였으면 환율이 흔들리고 금리가 뛰었겠지만, 기축통화인 덕분에 달러 가치는 오히려 강세다. 미 정부가 국채를 마구 찍어내고 있지만 뉴욕 채권시장에선 순조롭게 소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져 오는 9월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경기가 좋은데도 인플레이션이 약화하리라고 보는 건 이민 덕분이 크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지난 3년간 불법 이민을 포함해 모두 800만 명 이상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넘치는 노동 수요를 채운 덕분에 임금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노동 공급 속에 모건스탠리는 안정적으로 실업률을 유지하는 수준의 신규 고용 건수가 월 10만 개에서 26만5000개로 증가했다고 추정을 바꿨다. 도이치뱅크는 “이민자가 늘지 않았다면 노동 시장은 더 빡빡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인플레이션은 지금보다 25~50bp(1bp=0.01%포인트)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민은 부정적 측면도 있다. 스웨덴에선 단기에 많은 이민이 유입되자 범죄가 급증해 사회 문제가 됐다. 미국도 일부 지역에선 범죄가 늘고 이민자가 몰린 도시는 예산 압박에 시달린다. 그래도 곳곳에 퍼진 디아스포라 덕분에 이민자는 쉽게 자리 잡는 편이다. ‘멜팅 폿(melting pot·용광로)’, 미국이 가진 힘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