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의 유럽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직판망을 가동한 지 10여 개월 만이다. 경쟁사인 미국 암젠을 따돌린 비결은 품질력이다. 치료 대상군을 확대하는 판매 전략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1등 브랜드로 도약할 계획이다.
직판 10개월 만에 마켓리더 올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3~2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 신장학회(ERA 2024)에 참석해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인 에피스클리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다고 공개했다. 에피스클리는 희소질환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과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을 치료하는 약이다. 환자가 적고 개발 난도가 높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 두 곳뿐이다.지난해 솔리리스의 유럽 매출은 8억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다. 현지에선 바이오시밀러 출시 후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리스 시장 점유율이 70%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수백억원대 매출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에피스클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 직판에 나선 첫 제품이다. 처음으로 회사 이름을 제품명에 넣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지난해 5월 유럽의약품청(EMA) 시판 허가를 받았고 두 달 만인 7월 출시했다. 안토니오 리토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법인장은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도약하려면 개발·생산을 넘어 판매 역량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직판망을 가동했다”고 했다. 그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년 만에 ‘마켓 리더’가 됐다”며 “다른 제품을 직판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無소르비톨로 암젠 따돌려
에피스클리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프랑스는 양대 의약품구매대행업체(GPO)와 계약을 맺었다. 이탈리아는 전체 병원 입찰 시장의 90% 이상을 따냈다.비결은 품질이다. 에피스클리엔 의약품 첨가물인 소르비톨이 포함되지 않았다. 약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지만 탄수화물 대사장애인 과당불내증 환자에겐 금지 성분이다. 2세 미만 영유아는 과당불내증 여부를 알 수 없어 소르비톨 없는 약을 처방해야 한다. aHUS 환자 20%는 소아다. 소르비톨이 포함된 암젠 제품보다 에피스클리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리토 법인장은 “연내 유럽에서 솔리리스를 처방받는 PNH 환자의 95%, aHUS 환자의 80%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희귀질환 분야 1등 브랜드”라고 했다.
에피스클리 적응증도 확대 계획
나흘간 열린 학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장 부스를 꾸리고 에피스클리를 소개했다.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수억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을 낮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유럽은 바이오시밀러를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남은 예산으로 좀 더 혁신적인 치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에피스클리 치료 대상 환자군을 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이소영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전략팀장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 개척해 더 많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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