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RA 2024의 주인공은 비만약이었다. 23~26일 열린 유럽 최대 신장 질환 분야 학술행사에서 미국과 호주, 유럽 공동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플로(FLOW)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매주 투여해 질환 진행 속도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도록 설계됐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린 문장은 “가짜 약 대비 확실히 우위를 보였다”였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 35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가짜 약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사망률을 20% 낮춰줬다.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하거나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 등 질병이 악화할 위험을 24% 줄여줬다. 세계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8억 명에 이른다. 이날 발표를 맡은 블라도 페르코빅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신장질환과 당뇨병을 앓는 사람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도 입증해 약물의 미래 가치를 더 높였다”고 했다. 함께 발표 무대에 오른 캐서린 터틀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 신장질환 치료의 새로운 기둥이 될 것”이라며 “이 약물은 환자의 신장과 생명을 살린다”고 강조했다.
청중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한 독일 의료인은 “임상 결과가 아주 놀랍다”며 “역사적인 세션에 와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플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도 공개됐다.
스톡홀름=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