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하고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리 총리와 기시다 총리는 27일 열리는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방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리 총리와 회담하면서 “어떤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한국과 중국 양국이 소통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한국의 좋은 친구, 이웃, 동반자가 되고 싶다”며 “한·중 우호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자”고 답했다.
양국 정상은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국의 상무부 장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서비스 분야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공급망 관련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도 새롭게 출범한다. 요소수 수출통제 등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통창구 역할을 맡는다. 이 밖에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외교안보대화 협의체를 신설한다. 마약과 불법 도박 등 초국경 범죄 대응 협력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는 수소협력 대화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이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수소산업의 규격과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한·일 자원협력대화도 다음달 출범시킨다. 핵심 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기구다.
기시다 총리는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일본 투자를 계속 촉진한다는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서 이해하기를 바란다”며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에 대한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요구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별도로 만나 삼성의 중국 투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27일 열리는 3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인적 교류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 도모 △경제·통상 협력 △보건 및 고령화 대응 협력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협력 △재난 및 안전 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오른다. 3개국 정상회의는 2019년 중국에서 열린 이후 5년 만이다. 이 회의에는 1회 회의부터 중국 국가주석이 아니라 총리가 참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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