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업 호감도, 2년째 '긍정'이지만

입력 2024-05-26 18:44   수정 2024-05-27 01:32

기업은 중복적으로 세금을 낸다. 법인세와 종사자들 급여에 대한 근로소득세는 기본이다. 부가가치세도 내고 법인분 양도소득세도 낸다. 주택 취득세는 개인보다 월등한 중과세다. 세금만 봐도 좋은 기업을 많이 키워야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량 대기업이 많으면 나라 살림이 탄탄하고 안정적이다. 부존자원이 적은 경우 기업 육성은 최선의 재정 안정책이다.

기업의 위상과 중요성은 웬만한 현대 국가에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다. 다양하고 품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 안정적 세원 확보 등 ‘3대 기본 역할’에 대한 인식은 이미 국민 상식이다. 법인격 기업의 가장 보편적 형태가 주식회사다. 주식회사의 기원은 17세기 초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유럽에서 잇달아 세워진 동인도회사다. 주식회사라는 탁월한 법인이 등장하자 서양의 경제력은 동양사회를 오래 압도하게 됐다. 주식회사 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진화하며 인력과 기술력, 자본력을 축적해가고 있다.

길지 않은 경제성장 역사에 한국 기업도 장족의 발전을 해왔다. 주택 등 의식주는 기본이고 스마트폰을 위시한 대부분의 전자기기,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통신·교통·오락과 언론·정보까지 일상생활 대부분을 기업이 제공한다. 사회 진출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원하는 일자리도 기업 쪽이다.

그런데도 막상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국내 기업 호감지수(기업호감도)는 53.7점이다. 기업에 대해 국민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인데, 100에 가까울수록 호감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낮다. ‘긍정의 기준선’인 50점을 살짝 넘겼다. 2년 연속 ‘긍정적’ 이미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55.9점)보다 약간 내려갔다.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는 ‘준법·윤리경영 미흡’(43%)이 많이 꼽혔다. 호감 가는 이유로 ‘국가 경제에 기여’(44%)가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수행’(10%)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게 고무적이다. 한국 기업들과 산업계가 경영활동에서 어떤 부분에 조금 더 유의할지 참고할 만하다. 기업 호감도가 이 정도라도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갈 길은 멀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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