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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핌코 창업자이자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보다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미국 재정적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빌 그로스는 "트럼프는 지속적인 감세 정책 및 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을 옹호하기 때문에 바이든보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 열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이든도 (재임 기간) 수조 달러의 적자 지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그로스의 이번 발언은 "경제 정책에서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더 낫다"고 하는 트럼프의 주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로스는 트럼프가 내세운 세금 감면 공약이 재정 적자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예산 감시 단체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향후 10년 동안 4조달러(약 5466조원)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통과시켰던 법인세 감면 정책을 영구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주요 경제 정책 중 하나로 내걸었다. 트럼프는 2017년 세법 개편으로 법인세율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바 있다. 올 상반기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는 재집권 시 현 법인세율을 15% 수준까지 인하하고 개인 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로스는 미국 재정적자가 급등하자 자신이 고안한 채권 투자 전략인 '토탈리턴'(채권차익거래) 전략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그들은 그저 당신에게 채권펀드를 팔고 싶을 뿐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하며 '토탈리턴 전략은 죽었다'고 했다. 토탈리턴 전략은 적극적으로 듀레이션(투자 회수 기간), 신용 위험도,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서,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따른 차익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전략이다. 약속된 쿠폰금리를 지급받는 데에 그쳤던 기존의 채권 투자 전략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그로스는 1980년대와 비교해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에 회의적인 전망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로스는 지난해 말에도 "현재 채권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채 수익률은 1980년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고, 장기 듀레이션은 20년에 이를 정도로 매우 길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채권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가 오르면 가치가 더 많이 떨어지는데,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하락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 시기를 미루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의 적자와 국채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도 채권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꼽았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재정 적자는 GDP의 8.8%를 차지했다. 2022년 기록인 4.1%의 두 배 이상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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