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장묘 업계는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 한국동물장례협회가 운영하는 동물장례포털에 등록된 합법적인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총 58개소며, 2018년 대비 약 1.4% 증가했다. 또한 KB 금융연구소의 ‘2023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양육 중인 보호자 중 64.5%가 반려동물 장묘업체를 통해 화장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각 업체는 소비자의 다변화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장묘 문화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에게 사람과 차별 없는 장례 서비스 제공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운영하는 21그램은 자체적으로 장례지도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상담부터 의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퀄리티 높은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반려장묘업체 21그램은 2014년에 설립돼 10년째 반려장묘업을 운영 중이며 최근 3호점을 오픈해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21그램은 과거 일부 업체의 강매 사기와 장례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절차와 같은 만행으로 인해 높아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 21그램 전인수 COO는 “장례 절차의 표준화와 투명화,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 신뢰도를 제고했다”며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COO는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서비스 품질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따뜻한 분위기의 내외부 건물 디자인, 최고급 오동나무로 제작하는 관과 반려동물 의류 전문 디자이너의 천연 수의 등의 장례용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장묘업에 대한 수요 상승과 동시에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도 증대하고 있다.
4년째 21그램의 경기광주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함지윤 지점장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를 꿈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장례지도사가 될 준비가 된 것”이라며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갖추고 동물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는 분이라면 이 일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적극 권장했다.
함 지점장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안내’보단 ‘지도’를 하는 직업이다. 과도한 개입과 간섭은 되려 장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애도 시간이 불편하지 않게끔 옆에서 도와주고 지켜보는 정도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고충으로 감정 소모와 육체적 노동으로 인한 힘듦을 꼽았다. 함 지점장은 “처음 장례를 지도했을 당시, 보호자의 슬픔에 너무 깊게 공감해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었던 적이 있었다”며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극복되는 문제긴 하지만, 당시에는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끝을 장식하는 장례에 대한 책임 의식을 상기하는 것이 도움됐다”며 극복 방안을 전했다.
함 지점장은 “화장을 진행하는 대차의 열감으로 직간접적으로 화상을 입는 경우가 더러 존재한다”며 “여름에는 자주 실내외를 오가다 보니, 냉방병에 걸리기도 한다”고 애로 사항을 토로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개인의 사유지를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땅에 매립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동물장묘업이 현저히 부족한 비수도권에 거주하거나 단독주택에 사는 가구에서는 여전히 동물 사체 무단 투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KB 금융연구소의 ‘2023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이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펫로스 가구의 70% 이상이 “직접 땅에 매장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21그램은 협약을 맺은 기관에서 동물이 사망한 경우,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장례 절차에 따라 인도적인 방법으로 사체를 처리하는 문화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진호 기자/황지윤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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