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리 있는 정부 전세사기 대책, 野 '선 구제 후 회수' 철회해야

입력 2024-05-27 18:03   수정 2024-05-28 06:59

정부가 어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포퓰리즘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의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은 담지 않되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 전세사기 특별법의 단점을 보완한 합리적인 방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차료 부담 없이 최장 20년간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LH는 감정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해 얻는 경매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임차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차익은 세입자가 퇴거할 때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매차익으로 임차료를 지원할 때 부족한 금액을 최장 10년간 재정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LH의 피해 주택 매입 요건도 완화된다. 현재 비주거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개조한 근린생활빌라 등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정부안은 이런 주택도 매입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LH의 피해 주택 매입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야당의 ‘선 구제, 후 회수’는 정부안에서 빠졌다. 야당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을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우선 돌려준 뒤 추후 집주인에게 돈을 돌려 받자는 것인데, 문제가 많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의 청약저축으로 조성된다.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무주택 서민이 맡긴 돈을 쓰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올 3월 13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기금 소진 시 공공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개인 간 거래인 전세사기 피해를 국가가 구제하는 건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한 돈을 나중에 집주인에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결국 부족분은 ‘부실채권’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손실은 나중에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민주당도 ‘선 구제, 후 회수’ 방침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많은 법안을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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